[브루나이]

볼키아 국왕, 간통 등 엄벌 극악 '샤리아 형법' 할리우드 스타들 나서 반대하자 전격 '보류'

브루나이 왕가 소유 체인 호텔 불매운동 위협
국왕 "새 법에 오해소지…두려워할 필요 없어"
2014년에도 시행 보류, 국제사회 일제히 환영

동성애와 간통 행위를 하면 숨질 때까지 돌을 던져 죽이는 투석 사형에 처하기로 했던 브루나이가 새 형법 시행을 보류할 방침이다. 국제사회의 거센 인권 압력에 따른 '일보 후퇴'로 해석된다.

6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은 라마단(이슬람권의 금식 성월) 시작을 하루 앞둔 5일 TV 연설을 통해 "새 샤리아(이슬람 관습법) 형법에 대해 많은 의문과 오해가 있는 것을 안다"면서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브루나이는) 20년 이상 사형집행을 사실상 중단해 왔다. 이는 감형의 여지가 더 큰 샤리아 형법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 형법의 실제 적용을 보류한다는 의미다.

앞서 브루나이 정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동성애 혹은 간통을 행하면 투석 사형에 처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하는 샤리아 형법을 4월 3일부터 시행한다고 공표했다. 같은 법에 따라 절도범의 경우 초범은 오른손목을, 재범은 왼쪽 발목을 절단하고 미성년자 및 외국인도 예외를 두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제앰네스티(AI)와 미 국무부 등이 거센 우려와 질타의 목소리를 냈다. 할리우드 스타 조지 클루니는 브루나이 왕가가 소유한 글로벌 체인(도체스터 컬렉션) 소속 9개 고급 호텔에 대한 불매운동을 제안하고 나섰다. 영국의 전설적 팝스타이자 그 자신이 동성애자인 엘튼 존도 '호텔 보이콧'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호주와 스위스, 영국 등 세계 각국의 일부 기업은 브루나이 국영항공사에 대한 보이콧에 나서기도 했다.

샤리아 적용 보류 방침이 알려지자 영국연방(Commonwealth of Nations)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퍼트리샤 스코틀랜드는 6일 환영 논평을 냈다. 스코틀랜드 총장은 그러면서 "브루나이가 신체절단형·태형 등도 중단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영국 식민지였다가 독립한 브루나이는 전 세계적으로 50여개국이 속해있는 영국연방 일원이다.

볼키아 국왕은 이날 연설에서 샤리아법 취지를 두고 옹호 발언도 했다. "오해가 해소되고 나면 그 법의 가치가 분명해질 것이다. 보통법과 샤리아법 모두 나라의 화합과 평화를 보장한다는 목표를 지니고 있다"고 하면서다. 브루나이는 애초 2014년부터 이 법을 도입할 예정이었지만 당시에도 국제사회 반발에 부딪쳐 시행을 보류했다.

인구 43만명의 브루나이는 국민들 다수가 무슬림이며 이번 법에 대해 반대 여론이 공개된 적은 없다. 국부(國富)의 거의 전부라 할 석유를 세습 술탄인 국왕이 관리하면서 국민들에게 무상교육, 무상의료 등을 베푸는 대신 왕실 비판이 엄격히 금지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