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할 여지없는 한국야구 역대 최고의 좌완투수다. LA 다저스 류현진(32)이 절정의 제구력과 강철 멘탈을 앞세워 메이저리그 통산 두 번째 완봉승을 달성하자 언론들과 팬들의 극찬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클레이턴 커쇼를 넘어 다저스 선발진의 기둥으로 우뚝 설 기세다.
류현진은 7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홈경기에서 93개의 공을 던지며 9이닝 4피안타 0볼넷 6탈삼진 무실점 완봉승을 달성했다. 5회까지 퍼펙트 행진을 펼쳤고 6회에 첫 안타를 맞았지만 9회까지 연속 출루 허용은 전무했다. 이로써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입단 첫 해였던 2013년 5월 28일 LA 에인절스를 상대로 완봉승을 거둔 후 2170일 만에 다시 한 번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다저스 전체로 시선을 돌리면 2017년 8월 23일 리치 힐 이후 첫 완투승, 2016년 5월 23일 클레이턴 커쇼 이후 첫 완봉승이다. 이날 완봉승으로 시즌 4승째를 올린 류현진은 방어율을 2.55에서 2.03까지 내렸다. 방어율 부문 다저스 선발진 1위, 리그 전체 5위로 톱클래스 선발투수임을 증명하고 있다.

◇다시 한 번 돋보인 극강의 제구력

이날 류현진은 투구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스트라이크존 좌우 코너에만 던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기계처럼 정확한 투구로 애틀랜타 강타선을 압도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애틀랜타는 좌투수를 상대로 메이저리그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타율 0.284, 네 번째로 높은 OPS(출루율+장타율) 0.849를 기록하고 있었다. 2년 연속 내셔널 리그 동부지구 우승을 노리는 애틀랜타에는 아지 앨비스, 조쉬 도널슨, 프레디 프리먼,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 등 강타자가 즐비하다.
하지만 이들 모두 류현진의 정교함에 고개를 숙였다. 직구와 체인지업, 컷패스트볼 세 가지 구종을 집중적으로 던진 류현진은 주심 앤디 플래처 심판까지 지배했다. 3회초 7번 타자 타일러 플로워스를 상대하는 과정에서 몸쪽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한 직구가 볼 판정을 받자 마치 주심의 스트라이크존을 테스트하듯 바깥쪽 꽉찬 직구를 던져 삼진을 만들었다. 5회 초 4번 타자 아쿠냐에게 풀카운트에서 과감하게 던진 몸쪽 직구는 이날 경기 최고의 공이었다. 완급조절의 달인답게 경기 초반이나 하위타선을 상대로 직구 구속이 80마일대 후반에 머물렀다가 중심타선과 맞섰을 때는 최고 구속 93마일까지 스피드건에 찍어넣었다.
올 시즌 다섯 번째 볼넷 없는 경기를 만든 류현진은 이날 경기 포함 탈삼진 45개를 기록하며 단 2개의 볼넷만 허용했다. 볼넷 하나당 탈삼진 비율이 22.50개에 달한다. 볼넷 하나 당 탈삼진 22개를 잡는 불가능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이 부문 리그 전체 1위이며 2위 맥스 슈어저(워싱턴)가 기록한 9.0에 두 배가 넘는다. 장대한 미국야구 역사 전체를 돌아봐도 류현진보다 뛰어난 수치를 찍은 투수가 전무하다. 이 부문 역대 1위는 1875년 캔디 커밍스가 달성한 20.50(탈삼진 82개·볼넷 4개)인데 당시 야구 규칙에선 볼넷이 아닌 볼 아홉이었다. 볼 9개를 기록해야 타자가 자동출루했다. 1889년 볼넷이 야구 규칙으로 자리잡은지 130년째 되는 2019년, 제구력에 있어 신기원을 열고 있는 류현진이다.

◇지난해 후반기부터 사실상 1선발

언론과 다저스 팬도 류현진의 괴력투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언론은 지난해 후반기부터 류현진의 활약을 강조하며 류현진이 사실상 다저스의 에이스 구실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류현진은 2018년 8월부터 이날까지 16경기에서 방어율 1.95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포스트 시즌 디비전 시리즈에서 1선발로 출전했고 올해에는 개막전 선발투수란 특명을 받아 6이닝 1실점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절대 에이스였던 커쇼가 부상과 구속 하락으로 다소 주춤한 사이 류현진이 마치 숙성된 와인처럼 완성도 높은 투수로 발돋음하며 다저스 선발진을 이끌고 있다. 올시즌 대다수의 언론은 다저스 선발진을 평가할 때 커쇼를 서두에 놓는 게 아닌 커쇼와 류현진을 나란히 원투펀치로 언급한다.
팬의 반응 또한 이전보다 뜨겁다. 다저스타디움을 찾은 팬 모두가 류현진의 공 하나하나에 감탄하고 환호한다. 이날 류현진이 8회 말에도 타석에 서며 완봉승에 도전하는 신호를 보이자 관중들은 마치 류현진의 완봉승을 예감한듯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류현진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 언론의 류현진을 향한 높은 주목도가 고스란히 LA 팬에게 전달되며 명문팀 다저스의 특급선수로 자리매김했다. 류현진은 이날 애틀랜타를 상대로 승리투수가 되면서 다저스를 제외한 내셔널리그 전구단을 상대로 승리를 따냈다. 한국에서 태어난 괴물투수가 야구 역사에 이름을 새기며 빅리그를 집어삼키고 있다.

윤세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