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이 일어났다.
손흥민이 풀타임을 뛴 가운데 그의 소속팀 토트넘이 역전승을 거두며 팀 창단이후 처음으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티켓을 거머쥐었다.
토트넘은 8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요한 크루이프 아레나에서 열린 2018~19 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 아약스와 원정 경기에서 후반 루카스 모우라의 해트트릭이 터져 3-2로 승리했다. 지난 1일 홈 1차전에서 0-1로 진 토트넘은 결국 1~2차전 합계 3-3 무승부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극적으로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토트넘은 전반에만 2실점하며 반전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전반 5분 코너킥 상황에서 공격 가담한 아약스의 마타이스 더 리흐트에 선제골을 허용했다. 이어 전반 35분엔 하킴 지예흐 왼발 슛으로 추가골까지 내줬다. 두 경기 합쳐 0-3으로 크게 뒤진 셈이 됐다. 뒤집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득점왕이자 유명 해설가인 개리 리네커가 SNS에 "0-3이 뒤집힌적이 언제였더라"라며 하루 전 4-0 대승을 거둬 원정 경기 0-3 완패를 만회했던 리버풀 사례를 꺼낸 순간부터 토트넘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미드필더 빅토르 완야마 대신 장신 공격수 페르난도 요렌테를 넣어 마지막 승부수를 걸었는데, 이게 공격 우위를 확보하면서 대반전의 출발점이 됐다. 토트넘은 후반 9분 모우라가 역습 때 델레 알리의 패스를 받아 이번 대회 준결승 첫 골을 넣었다. 4분 뒤인 후반 13분엔 손흥민이 오른쪽 측면의 키어런 트리피어에게 패스를 내줘 시작된 공격에서 모우라가 한 골을 추가, 2-2를 만들었다. 승부를 다시 안개 속으로 몰아넣었다.
포체티노 감독은 후반 35분이 지나 에리크 라멜라, 벤 데이비스 등 공격 가능한 자원을 총투입, 마지막 승부수를 걸었으나 후반 40분 얀 페르통언의 헤딩슛이 골대를 맞고 나오는 등 운이 따르지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에 웃었다. 후반 추가시간 5분이 거의 끝날 때쯤 연속골의 주인공 모우라가 한 골을 더 넣어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뒤집기 승부를 완성했다.
지난 1일 1차전 때 경고 누적으로 결장, 생애 첫 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무대를 밟은 손흥민은 이날 4-3-1-2 포메이션의 최전방 공격수를 맡았다. 경기 초반엔 왼쪽 날개로 잠깐 섰으나 첫 실점 뒤 모우라와 함께 투톱을 섰다. 손흥민은 첫 실점 직후인 전반 6분 페널티지역 왼쪽에서의 패스가 골대를 맞고 나와 아쉬움을 삼켰다. 볼이 페널티지역 안쪽으로 흘렀는데 토트넘 선수가 발만 갖다 댔으면 득점하는 상황이었다. 전반 21분엔 일대일 찬스에서 슛을 했으나 상대 골키퍼에 막혔다. 후반에도 다부지게 뛰며 슛도 쐈으나 골과 인연은 없었으나 헌신적인 플레이로 생애 첫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 감격을 누리게 됐다.
토트넘은 내달 1일 스페인 마드리드의 명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홈구장으로 최근 완공된 완다 메트로폴리타노 경기장에서 같은 프리미어리그 리버풀과 유럽 정상을 놓고 우승을 다툰다.

암스테르담(네덜란드) 이동현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