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빚투, 승리게이트에 이어 연예계에 ‘학투’ 바람이 불고 있다. 학투는 유명인에게 당한 학교폭력(학폭) 경험을 폭로하는 캠페인이다. ‘미투(Me Too)’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SNS에 자신이 당했던 성범죄를 고백한 미투 운동에 빗대 이 같은 신조어가 생겼다.

‘학투’ 피해자가 유명인에게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여론의 재판장에서는 공소시효가 존재하지 않는 게 ‘학투’의 특징이다.

최근 최고의 인기를 구가 중이던 밴드 잔나비의 전 멤버 유영현은 지난 23일 온라인상에 게재된 폭로 글을 통해 학창 시절 학교 폭력 가해자였음이 드러났다. 피해자는 커뮤니티 글을 통해 “나는 학창시절 다른 친구들보다 말이 어눌해 조롱을 당했다. 너는 내 반응이 웃기다며 비닐봉지를 얼굴에 씌우고 사물함에 장난을 쳐놓았다”며 유씨에게 당한 학폭을 상세하게 털어놨다. 소속사는 24일 유영현의 과오를 인정하며 사과문을 발표했고, 유영현은 밴드를 자진 탈퇴했다.

이후 ‘학투’에 불이 붙었다. 효린도 지난 2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폭로 글이 게재되며 중학교 재학 당시 학교 폭력 가해자로 지목됐다. 효린 측은 의혹을 부인하며 명예훼손 등의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고, 폭로 글을 쓴 효린의 동창생이 다시 반박하는 등 진실공방까지 벌였다. 양측은 28일 극적으로 합의했다며 ‘오해’라고 밝혔지만 효린에 대한 대중의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걸그룹 베리굿 멤버 다예도 ‘학교 폭력’ 의혹에 휩싸였다. 최근 논란이 된 밴드 잔나비 전 멤버 유영현과 걸그룹 씨스타 출신 가수 효린을 잇는 세 번째 폭로다.

지난 28일엔 베리굿 다예의 과거 학교 폭력 가해 의혹이 제기됐다. 글쓴이는 다예로부터 초등학교 재학 시절 폭력, 폭언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베리굿의 소속사 제이티지 엔터테인먼트는 “다예 본인은 전혀 그런 사실이 없으며, 온라인상에서 실명으로 올리지 않은 학교폭력 관련 글에 대하여 소속사에서는 명예훼손으로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글쓴이는 다시 “무슨 생각으로 사실무근이라 말하는지 모르겠다. 기억이 안나면 더 자세하게 말해줄까?”라며 추가 증언을 예고하고 나섰다.

‘학투’가 법정 다툼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아보이지 않는다. 학폭 관련 범죄 구성요건에 따라 다르지만, 단순 폭행의 공소시효는 5년이다. 민사상 제기할 수 있는 손해배상청구권은 손해를 안 날로부터 3년 및 손해가 발생한 날로부터 10년의 소멸시효로 소멸하게 되는데 최근 ‘학투’는 이 기간을 넘어서있다.

한 관계자는 “학폭 피해자가 피해를 입은 게 사실일 경우라도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유명인에게 취할 수 있는 법적 조치는 거의 없다. 그러나 ‘학폭 트라우마’가 존재하는 가운데 가해자가 유명인이 된 걸 견디기 힘들다면 자기 방어조치의 일환으로 언론이나 각종 커뮤니티에 폭로할 수는 있다. 허위사실이 아니라면 그런 행위를 문제삼을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대로 가해자로 지목된 유명인은 명예훼손 등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피해자가 억울하고 답답하다고 SNS에 범죄사실을 올리는 행위는 명예훼손이 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강남 이정원 변호사는 “학폭 가해자로 지목된 유명인 입장에서 정말 억울하다면 명예훼손으로 상대를 고소해 진실 여부를 다툴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학교 폭력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피해자는 처벌을 안 받고 넘어갈 수 있다. 가해자가 계속 연예계 활동하는 것이 공익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해 보여 공공적 이익을 위해 문제제기한 것이라고 피해자가 주장한다면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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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박진업·김도훈기자 upandup@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