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조(27·감바 오사카)의 오른발이 8년의 침묵을 깼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의 A매치 평가전에서 1-1로 비겼다. 후반 12분 황의조가 선제골을 터뜨렸으나 4분 뒤 문전 혼전 상황에서 김영권의 자책골이 나오면서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비록 승리는 없었지만 6만213명이 찾은 상암벌에서 뜨거운 관중들의 응원에 힘입어 지난 8년의 무득점 징크스를 격파했다.
이란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21위다. 한국(37위)을 앞서는 몇 안 되는 나라다. 이날 경기 전까지 양 팀의 역대전적에서도 한국은 30경기 9승8무13패로 뒤졌다. 이란전 득점은 2011년 1월22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아시안컵 8강에서 윤빛가람이 기록한 골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8년간 한국은 이란을 상대로 무득점 경기를 이어왔다.
벤투 감독은 지난 6일 호주와의 평가전 선발 명단과 비교해 6명에 변화를 줬다. 황의조, 나상호, 백승호, 이용, 홍철, 조현우가 새로 이름을 올렸다. 포메이션도 3-5-2에서 익숙한 4-1-3-2로 바꿨다. 손흥민과 황의조가 최전방 공격수로 나섰다.
최근 이란과는 서로 끈끈한 경기를 펼쳤다. 한 골 이상 나질 않았다. 이날은 달랐다. 벤투 감독부터 공격을 주문하자 이란도 맞받아쳤다. 양 팀은 전반전부터 활발히 서로의 골문을 두드렸다. 45분 동안 기록한 슛만 합쳐 17개나 됐다. 하지만 양팀의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좀처럼 열리지 않던 이란 골문을 연 주인공은 황의조였다. 후반 12분 상대 진영을 빠르게 뚫고 들어간 황의조는 이란 수비수들이 겹친 틈을 파고들어 1대1 기회를 잡았다. 각을 좁히며 들어오는 상대 골키퍼를 피해 침착하게 오른발을 갖다댔다. 결국 이란의 골망을 흔들며 A매치 8호골을 완성했다. 그러나 리드는 오래가지 않았다. 후반 16분 상대의 세트플레이 상황에서 김영권의 자책골이 나왔다. 한국은 황희찬, 이승우, 주세종을 투입하며 끊임 없이 새로운 공격 루트를 찾았으나 추가 득점은 나오지 않았다.

이지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