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번 홀은 '볼 풍덩' 최대 난 코스로 악명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을 앞두고는 해마다 누가 호수의 여인이 될 것인가'를 놓고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우승자가 '포피스 폰드'로 불리는 연못에 뛰어드는 관례가 있기 때문에 '메이저 퀸'이 돼서 호수에 몸을 던지는 것이 이 대회 최고의 영광이기 때문이다.
4월 ANA 인스퍼레이션과 이달 초 US여자오픈에 이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로 20일 개막하는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는 '호수의 여인'이 됐다가는 우승의 꿈을 일찌감치 접어야 한다. 대회가 열리는 미네소타주 채스카의 헤이즐틴 내셔널 골프클럽의 '시그니처 홀'로 불리는 16번 홀(파4)이 호수에 인접해 있어서다.
미네소타는 지역 자동차 번호판에 '1만개 이상의 호수가 있다'고 자랑할 정도로 미국 내에서도 유독 호수가 많은 지역이지만 '골프'에서 '호수'는 아무래도 멀리할수록 좋은 법이다.
현역 시절 메이저 대회에서 두 차례 우승하고 NBC 방송에서 해설자로도 활약한 조니 밀러가 "내가 경험한 가장 어려운 파 4홀"이라고 꼽은 곳이 바로 헤이즐틴 내셔널 골프클럽의 16번 홀이다. 380야드로 설정된 이 홀에서 바로 옆에 위치한 헤이즐틴 호수를 넘기려면 220야드 이상을 보내야 한다. 220야드를 보내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페어웨이 왼쪽에 공을 올려놔야 그린 공략이 수월해진다. 오른쪽 러프도 들어갈 경우 파를 지키기는 어려워진다. 그린이 좁은 데다 뒤편과 오른쪽이 모두 호수로 둘러싸여 있어 공이 물에 빠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티샷 지점을 앞으로 당길 수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255야드 정도로 거리가 줄어든다. 이럴 경우 안전하게 끊어서 갈 수도 있지만 한 번에 그린에 보내 이글을 노려볼 수도 있다. 역시 욕심을 부리다가 '호수의 여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 변수다.
18일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선수들에게 16번 홀에 대한 질문이 빠지지 않았다.
기자회견에 나온 선수들에게 "16번 홀이 400야드 이상으로 느껴질 수도 있고, 어느 날은 티샷 위치를 앞으로 당길 수도 있다"며 공격적인 샷을 시도할 것인지, 아니면 안전한 공략법을 구사할 것인지 물은 것이다.
고진영(24)은 "바람 정도와 당시 나의 순위가 변수가 될 것"이라며 "티샷 위치를 당겨도 특히 메이저 대회라면 안전한 쪽을 택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렉시 톰슨은 "아직 이 코스에 대해 파악이 덜 됐지만 나는 주로 공격적인 성향"이라며 "물론 그날 경기 상황 등을 고려해서 선택할 문제"라고 말했다.
클럽 헤드 프로인 챈들러 위팅턴은 "파 3홀이 전체적으로 그린이 작아서 변수가 될 것"이라며 "티샷 실수가 적은 박인비, 박성현, 넬리 코르다, 브룩 헨더슨, 고진영 등이 이런 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