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만 하면 터지는 해외 서바이벌의 악몽, 이전 피해 연예인의 아픔이 이열음에게 고스란히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이열음의 ‘대왕조개’ 파문을 보면 지난 2005년 정정아의 아나콘다 사고가 떠오르는 지점이 있다.

지난 2005년 8월 KBS 예능프로그램 ‘도전 지구탐험대’에 출연했던 방송인 정정아는 촬영 중 아나콘다에 물리는 사고를 당했다. 사건 발생 당시 외주제작사 제작진과 정정아 사이 오해와 갈등이 빚어졌고 사건 조작 논란까지 번졌다.

약 10년을 이어오던 이 장수 프로그램은 사고 이후 폐지됐다. 이후 해당 PD는 아나콘다에 물린 것에 대한 배상과 출연료 등을 포함해 정정아에게 1000만 원을 배상하기로 합의했지만 정정아의 모든 방송 출연은 끊기고 말았다. 훗날 정정아는 여러 방송 인터뷰를 통해 “프로그램을 폐지시킨 연예인이라는 낙인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당시를 돌아보기도 했다.

명백한 피해자였던 정정아는 이후 아나콘다 트라우마 속에 공황장애, 생활고를 겪었고, 취한 상태에서 자살 시도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고까지 했던 사실이 알려져 팬들을 가슴아프게 했다. 정정아는 지난 2017년 결혼을 하며 안정된 삶을 사는 모습을 보이는 중이다.

‘정글의 법칙 in 로스트아일랜드’에 출연한 배우 이열음이 방송을 통해 태국에서 멸종위기종으로 보호 대상인 대왕조개 3개를 취식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태국 당국으로부터 국립공원법과 야생동물보호법 위반 두 가지 혐의로 고발된 가운데, SBS와 제작진은 아직까지 말을 아끼고 있다.

‘정글의 법칙’ 측의 현재까지 행보로 보면 이열음 혼자 오롯이 ‘사고의 원흉’으로 자리매김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처음 태국에서 대왕조개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정글의 법칙’ 측은 “현지 공기관(필름보드, 국립공원)의 허가 하에 그들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해 촬영을 했다”면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이후에도 사전에 현지 규정을 숙지 못했다며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하지만 공개된 공문에 따르면 제작진은 현지에 가기전에 대왕조개 등의 채취가 불가능한 것을 알고 있었다. 다시 말하면 범죄 행위임을 알면서도 방송을 위해 묵인한 것으로밖에는 해석이 되지 않는다.

출연진인 이열음에게 미리 사전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점, 잘못된 행동을 미리 제지하지 않은 점, 이열음에 대한 태국 현지와 대중의 비난 여론이 커질 때 나서지 않고 뒤로 빠지는 모양새를 보인 점 등 여러 이유로 SBS와 ‘정글의 법칙’ 제작진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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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SBS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