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차게 발을 뗐지만 큰 진전이 없다. 빅리그 진출에 도전장을 내민 김광현(31·SK)과 김재환(32·두산)의 행선지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 KBO리그 투타를 대표하는 두 선수의 메이저리그도전 결말은 어떻게 될까.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김광현 포스팅을 요청했다고 발표했다. 포스팅 공시 후 30일 내에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만큼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거취는 올해 안에 결정될 예정이다. 차기 행선지로 언급되는 구단은 다양하다. 다행히 관심도도 높은 편이다. 시카고 지역매체는 "시카고 컵스가 거액을 투자하지 않고도 선발진을 구축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김광현에게도 관심을 보이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샌디에고 파드리스, 뉴욕 메츠, 켄자스시티 로열스 등 다수 구단이 김광현을 눈여겨보고 있다.
김광현의 두 번째 도전인 만큼 절실함도 더 크다. 5년 전에 금액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해 아쉽게 꿈을 접어야 했지만 이번엔 얘기가 다르다. 김광현은 부상 회복 후에도 전성기 시절과 견줄 수 있을 만큼의 몸상태를 보여줬고, 부족함 없는 구위와 실력을 되찾았다. 몸값 세일즈를 충분히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나이와 체력에 마지노선에 있는 만큼 김광현이 이번 빅리그 진출 기회를 잡아야 할 동기부여도 명확하다.
반면, 김재환의 도전은 '파격'이란 두 글자로 설명할 수 있다. 구단 관계자들과 선수들마저 "전혀 몰랐다"고 할 정도로 조심스럽게 준비한 도전이다. 두산은 지난 5일 김재환의 의사를 존중해 KBO에 메이저리그 포스팅 공시를 요청했다. 김재환의 에이전트는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지만, 선수 인생을 건 도전이라는 각오로 기다리겠다"고 굳게 말했다.
김광현과 김재환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김광현이 더 긍정적이다. 최근 메이저리그 구단과 협상 테이블을 마련해 입단과 관련해 직접 얘기를 나눌 정도로 진출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디 애슬레틱은 지난 13일 "샌디에고가 한국 좌완투수 김광현과 만남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협상과 관련해 자세한 이야기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직접' 만난 만큼 계약 체결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A.J 프렐러 샌디에고 단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김광현을 오래 지켜봤다"며 공개발언할 정도로 샌디에고의 관심은 꾸준했다.
조급한 건 김재환 쪽이다. 왼손 타자, 거포 등 공통점이 많았던 일본의 쓰쓰고 요시토모(28)는 이미 행선지를 확정했다. MLB닷컴은 지난 13일 "탬파베이가 쓰쓰고와 2년 1200만 달러 계약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김재환 영입과 관련된 소식은 아직 찾아보기 힘들다. 간결한 스윙과 ML에서도 뒤지지 않는 파워는 장점이지만, 갑작스럽게 시장에 뛰어든 탓에 타 선수들보다 프로모션이 많이 부족하다. 때문에 적극적으로 영입 의사를 내비치는 팀이 없다는 게 문제다.
최근 두산 출신 투수 조쉬 린드블럼이 밀워키 브루어스 행을 확정지으며 KBO리그 출신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늘어난 관심만큼 이들을 향한 부정적 전망과 비난들도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다. 그러나 아직 시간적 여유는 있다. 의미없는 도전은 없다. 야구인생의 최대 목표를 위해 도전을 택한 김광현과 김재환의 '해피 엔딩'을 좀 더 기다려 볼 필요가 있다.

윤소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