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미나리’ 패밀리에 감사합니다.” 영화 ‘미나리’(정이삭 감독)가 끝내 전세계를 사로잡았다.
2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유니온스테이션과 돌비극장 등에서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이 진행됐다.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는 감독상, 각본상, 남주주연상, 여우조연상, 음악상, 작품상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다. 미국 독립영화면서 미국으로 이민간 한국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룬 ‘미나리’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는건, 이것만으로도 이미 수상 여부를 떠나 큰 의미를 지니는 대목이다.
지난해 영화 ‘기생충’(봉준호 감독)이 6개 부문 노미네이트에 4관왕을 들어올리며 ‘미나리’에도 기대치가 쏠렸다. 결과적으로 ‘미나리’는 윤여정의 이변없는 여우조연상 트로피로 1관왕에 그쳤다. 이름이 호명된 후 윤여정은 여유있게 무대를 오르며 축하를 건네는 이들에게 눈을 마주치며 인사하고, 시상자로 오른 브래드피트를 언급하는 등 이날 역시 센스 넘치는 에티튜드를 선보였다. 자신이 ‘열일’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엄마보고 계속 일하라고 한다”며 두 아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함께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다른 배우들과 자신의 첫 작품 감독인 김기영 감독도 언급하며 감동도 선사했다. 윤여정의 수상소감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물론 6개의 후보 중 1개의 트로피에 오른건 아쉽기도 하지만, 그러나 이 상 하나에도 많은 의미가 담긴다. 윤여정 역시 수상소감을 통해 “원더풀 ‘미나리’ 패밀리에 감사하다”며 정이삭 감독부터 아역 노엘조, 앨런김의 이름까지 모두 호명했다. 특히 정이삭 감독에 대해서는 “정 감독 없이는 이자리에 오르지 못했을 거다. 정말 훌륭한 감독이다”고 공을 돌렸다. 물론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건 단연 윤여정이었지만 ‘미나리’는 모두의 ‘피 땀 눈물’이 더해져 만개한 작품이다.
“감독은 삶과 맞닿아야 있어야 한다”는 철학을 고스란히 ‘미나리’에 녹인 정이삭 감독, 그리고 이런 ‘미나리’가 빛을 볼 수 있게 공동 제작자로 참여하며 플랜B의 브래드피트에게 찾아간 스티븐 연, 또 윤여정과 애절한 모녀케미를 완성한 한예리, 마지막으로 정이삭 감독의 어린시절을 재해석해낸 아역 노엘조와 앨런김까지. 또 영화의 웅장함을 더하는 음악을 담당한 음악감독 에밀 모세리, 처음부터 끝까지 여정을 함께한 제작자 크리스티나 오도 빼놓을 수 없다.
‘미나리’는 약 22억원의 적은 제작비로 합심해 만들어진 소중한 영화다. 배우들이 자처해 에어비앤비에서 숙식하며 팀워크를 쌓았고 결코 쉽지 않은 촬영 여건 속에서도 ‘원더풀 미나리’를 탄생시킨 것. 결국 유수의 해외 시상식은 물론, 최고의 권위로 꼽히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까지 인정 받으며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했다.
이렇게 공식적인 ‘미나리’의 행보는 끝이 났지만, ‘팀 미나리’의 다음 행보는 더욱 기대감을 높인다. 데뷔작 ‘문유랑가보’에 이어 ‘미나리’로는 더 높이 날개를 단 정이삭 감독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뜨겁고, 스티븐 연도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윤여정은 애플TV 드라마 ‘파친코’로 새로운 모습을 예고했고, 한예리도 최근 미국 매니지먼트사와 계약하며 본격적인 해외진출 신호탄을 쐈다. 유연한 연기를 선보인 아역배우들 역시 스티븐 연을 잇는 한국계 미국인 배우로 성장할 무한한 가능성을 지녀 ‘원더풀 미나리’의 미래는 더욱 밝게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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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주)판씨네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