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나리’(정이삭)가 미국 아카데미에서까지 인정 받았다. 6개 부문 노미네이트에 윤여정은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안게 됐다.

혹자는 기적이라 말한다. 22억원의 제작비로 사실상 미국 독립영화에 속하는 작은 영화가 큰 울림을 선사한 것. ‘미나리’의 진가를 일찌감치 알아보고 국내로 수입/배급한 ㈜판씨네마 백명선 대표에게 ‘미나리’와의 만남과 미덕에 대해 들어보았다.

다음은 백명선 대표와의 일문일답.

Q. ‘미나리’와의 첫 만남은 어떻게 시작됐나?
백명선 대표 : 지난해 2월, 선댄스영화제에서 상을 탔다는 소식을 듣고 궁금해서 처음 봤다. 보자 마자 바로 배급하고 싶다고 말씀 드렸다. 첫 인상은 모든 부분에서 따뜻하게 다가왔다. 추가로 단지 가족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넘어서 미국에서는 개척자정신이 있다. 요즘에는 그런 테두리에서 대자연을 향해서 하는 서사가 없는데 그런게 느껴져서 그 부분도 좋았다.

Q. 미국에서 제작돼 뿌리는 외국영화긴 하지만 한국계 감독과 배우, 한국 배우들의 작업이라는 점에서는 기존에 소개했던 작품들과는 결이 달랐을거 같다.
백명선 대표 : 한국인들이 이민가서 사는 이야기다. 이 영화를 봤을때 놀라운건 미국 자본으로 만든 미국 영화라고 제작했는데 매우 한국적이다. 그 용감성이 너무 놀라웠다. 할머니가 한국에서 한약을 가져와서 짜고, 젊은층은 모를 수 있는 그런 정서가 담겼다. 그나마 한국인이면 금방 알아차릴텐데 외국인들에게는 생소한 문화다. 하지만 부연 설명 없이 정말 용감하고 당당하게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그래서 자연스러웠다. 그게 신선했던거 같다. 한국에서도 잊은 디테일을 어떻게 알까 싶으면서 ‘그땐 그랬지’ 회상하게 됐다.

Q. 한국적인 ‘미나리’, 외국에서는 왜 통했을까?
백명선 대표 : 기본적으로 잘 만든 영화다. 한국 콘텐츠에 대한 호기심이 높아진 것도 있다. 시대적인 배경이 주는 향수 자극도 있을거 같고 가족의 의미가 지니는 보편성도 작용한거 같다. 극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불이 나는 장면이다. 제일 좋았던건 삶의 방향이 다르다 생각했던 모니카(한예리 분)와 제이콥(스티븐 연)이 서로를 찾고 서로가 아끼는 것들을 챙긴다. 자기도 모르는 밑에 깔리는 감정은 서로를 위했다. 이런 정서는 미국이든 한국이든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Q. ‘미나리’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백명선 대표 : 처음부터 꽃길을 예상한건 아니었지만, 확실한 울림이 있었다. 영화를 여러번 봤다. 설명을 안해도 무의식적으로 전달이 돼서 울림을 줬던거 같다. 어느정도 호응은 받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런 꽃길을 예상하진 못했다. 꽃이 만개했다.

Q. ‘미나리’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인물, 배우 윤여정의 힘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백명선 대표 : 윤여정 배우는 외모도 그렇지만 목소리, 억양, 톤 이런 부분도 유니크 하시다. 윤여정만의 개성이 있는데 한마디로 누가 개인기를 한다 하면 쉽지 않을까 싶은 독특한 반면에, 연기를 보면 독특성이 역할을 더 초월하진 않더라. 항상 자연스러움이 있다. 이 두가지 측면이 잘 배합된 배우다. ‘미나리’에서도 비슷하게 작용한거 같다. 보편적이면서도 고유성이 있어서 작품이면 작품, 배역이면 배역에 잘 융화한다.

Q. ‘미나리’ 뿐 아니라 함께 수입/배급한 영화 ‘더파더’도 아카데미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 작품 선정시 중요시 하는 부분은?
백명선 대표 : 다들 그럴거 같은데 작품이나 배우도 그렇듯이 우리도 고유성과 독특성도 있지만 대중적인 재미를 무시해가면서 하는건 아닌거 같다. 대중이라는 카테고리가 있긴 하지만 ‘이 관객층은 이걸 재밌어 하겠다’ 하면서 오락성과 영화적인 개성이 잘 맞아떨어지는게 제일 인상적이다. 경우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다. 관객의 취향이라는건 추측만 할 수 없기 때문에 실수도 많이 범하고 있다. 다만 이런건 대중이 좋아하겠구나 해서 대중의 지갑을 열기 위해서만 하는게 아니다. 이왕이면 얻어지는 경험이나 상상력이나 사고나 이런게 좀 더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으로 시나리오도 잘 읽어보고 어떤 감독인지도 잘 알아본다. 영화를 만들기 전에 사는 경우도 많아서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한다.

Q. ‘미나리’의 경우 미국 작품이라곤 하나 사실상 독립영화라는 점에서 일궈온 성과들이 큰 기적이다. 어떤 의미로 남을것 같은가.
백명선 대표 : ‘미나리’ 뿐 아니라 영화를 상업성, 예술성 등으로 구분하곤 한다. 개봉을 할 때도 일반관이냐 예술관이냐 하는데, 영화 역사를 돌아보면 꼭 그런것도 아니었다. 상업영화와 예술영화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것으론 멀리 갈 것 없이 봉준호 감독과 박찬욱 감독의 작품이 그런 공을 세운거 같다. ‘미나리’의 경우 ‘저런 작은 영화가 될까?’의 의문을 어느정도 해소해줬고, 좋은 예를 남기면서 기여해줬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미나리’는 지금도 다시 보면 카메라 앵글, 음악 등에서 느껴지는 서사성도 좋은 작품이다. 그런 영화적인 배치로 저예산으로도 큰 호응을 얻는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보였다. 정이삭 감독도 그렇고 순수하신 분들이 모여 그 순수한 마음만 가지고는 안되는데 그 마음을 영화적 실력으로 잘 만들어서 그래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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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판씨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