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성민은 끊임없이 노력하고 변신한다. 지난 1985년 연극배우로 데뷔해 어느덧 강산이 수차례 바뀌었을 시간 동안 연기와 함께했다. 그럼에도 연기에 대한 호기심은 여전하다.

궁금한건 유튜브로 찾아본다는 이성민에게 넷플릭스 ‘제8일의 밤’ 역시 호기심의 영역이었다. 이성민은 “‘우리가 보고 느끼는 세상이 이게 다일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러다 유튜브로 물리학 강의를 보게 됐고, 양자역학, 원자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결국은 인간, 우주 등 만물은 원자로 연결돼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한 호기심이 있을 쯤 이 영화를 만났다. 결국 인생은 찰나의 것이고, 너무 고민하지 말라는 영화의 주제도 많이 공감됐다”고 운을 뗐다.

새로운 소재의 영화일뿐 아니라 영화관이 아닌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는 점도 이성민의 배우 인생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성민은 “경험하지 못한 색다름과 낯선 점이 있다. 다른 나라에서도 같은 시간대에 영화를 본다는 게 체감되지 않았다. 아시아권에서 반응이 좋다고 하니까 기분 좋다”며 “장르적으로도 새롭다. 사실 평소에 오컬트 영화를 많이 좋아하진 않았다. 이번 영화를 하면서 오컬트나 장르 영화에 대해 많이 알게 됐다. 기회가 된다면 또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이성민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상상’이다. 그만큼 호기심이 많다는 것을 대변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성민은 “예전에 대학로 CGV에서 ‘배우란 무엇인가’에 대해 쓴 적이 있다. 그 때 ‘배우는 무쇠를 가슴으로 녹일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라고 썼던 기억이 난다. 그 게 내가 생각하는 배우의 기본적인 태도인거 같다. 어떻게 보면 이성이 발달된 사람은 배우로는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옆에서 보면 바보같기도 한 사람이 배우라는 직업과 더 잘 어우러지지 않나 싶다”라고 말했다.

이성민이 풍부한 호기심과 상상력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배우의 자질은 협동심이다. 그는 “나 혼자 하는 일이 아니란 점을 깨우친지 얼마 되지 않는다”며 “감독님 뿐 아니라 내 주위 스태프들이 내가 더 잘 할 수 있고, 멋지게 나올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란걸 이제야 깨달았다”고 이야기했다. 그런 의미에서 tvN ‘기억’에서 부자지간으로 나왔던 남다름과의 재회도 또 하나의 협업이 됐다. 이성민은 “(남)다름이가 그땐 사춘기였다가 지나고 이번에 다시 만났는데 훨씬 더 성숙해져 있었다. (남)다름이도 많은 노력을 했고, 나 역시 좋은 앙상블을 보이려고 노력했다.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청년으로서 멋진 캐릭터들을 많이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길 기대한다”고 미소지었다.

대중에게 ‘배우 이성민’은 이미 ‘믿고 보는 배우’다. 최고의 칭찬이면서도 부담이 동반되는 수식어다. 이성민에게 대중의 기대감이 스스로를 더욱 채찍질하는 원동력이 되냐고 묻자 “부담된다. 그래서 갈수록 내 선택도 신중해진다. 어떤 작품을 해야할지, 하지 말아야 할지도 신중해진다. 배우라면 누구나 나와 같은 마음일 터다. 그래도 함께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걸 알기에 훨씬 더 힘이 되고 덜 외롭게 작업하고 있다”고 만족했다.

‘열일’의 아이콘이기도 한 이성민의 다음 스텝은 어떻게 될까. 이성민은 “공개해야 할 작품은 꽤 있다. 감사한 일이다. 다만 여러 상황으로 계속 개봉이 밀려서 안타깝다. 가을 쯤에 드라마로도 찾아뵐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기대감을 높였다.

사진 |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