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이냐, 공적 관심사냐.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승부조작 의혹에 휩싸인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24.서울시청)에 대한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징계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8일 연예매체 '디스패치'는 3년 전 평창올림픽 당시 심석희와 한 대표팀 코치가 주고받은 모바일 메시지를 공개했다. 주 내용은 심석희가 대표팀 동료로 지낸 최민정, 김아랑을 겨냥한 욕설과 비하 문자다. 
그런데 논란으로 번진 건 "브래드버리 만들자"는 대목이다. 이는 호주 출신 남자 쇼트트랙 선수 스티븐 브래드버리를 지칭하는 것이다. 그는 지난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남자 1000m 결승에서 꼴찌를 달리다가 안현수, 안톤 오노, 리자쥔 등 우승 후보가 연달아 충돌해 쓰러지면서 행운의 금메달을 딴 적이 있다. 
공교롭게도 평창 대회 여자 1000m 경기에서 심석희는 금메달을 두고 선의의 경쟁을 하던 최민정과 마지막 1바퀴를 남겨두고 부딪혔다. 강력한 금메달 후보인 한국 선수 2명이 동시에 쓰러지면서 네덜란드의 쉬자나 스휠팅이 뜻밖에 우승을 차지했다. 최민정은 1000m를 놓치면서 3관왕 꿈이 물거품이 됐다. '디스패치'의 보도를 본 다수 네티즌은 심석희가 동료에게 앙심을 품고 해당 코치와 모의를 통해 사실상 승부조작에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빙상연맹은 이번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여기면서 심석희와 해당 코치에 대한 징계 여부를 논의 중이다. 다만 향후 심석희와 코치 측의 대응을 고려, 법리적 판단을 우선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개인이 주고받은 메시지를 공개한 이번 보도의 정당성 여부에 대해 갑론을박이 있다. 사생활 비밀 침해, 명예 훼손에 해당한다는 견해와 승부조작 가능성, 공적 관심사에 해당한다는 견해로 나뉜다.
법조계에서도 두 갈래로 나뉜 목소리가 나온다. 우선 심석희의 개인 메시지가 언론 보도로 나온 것을 두고 선수 개인의 인성 여부를 떠나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형법 제307조 1항에 규정된 것으로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같은 법 310조는 공공의 이익에 관하면 처벌하지 않는다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한승범 법무법인 더웨이 변호사는 “일단 심석희와 대표팀 코치의 메시지는 개인정보에 해당한다. (보도 자체가) 타인의 비밀을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정보통신망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며 “물론 메시지가 어떻게 언론에 입수된 것인지 봐야 하는데 선수나 코치가 원했거나 동의받은 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곽호근 법무법인 정한 변호사는 심석희 사태를 공적 관심사로 분류했다. 곽 변호사는 “단순히 누군가를 비하하는 건 개인의 인성 문제에 국한한다. 다만 승부조작으로 넘어가면 다른 얘기”라며 “심석희는 올림픽 메달리스트이고 국민적 관심을 받는 선수다. 그런 선수가 엄격해야 하는 승부의 세계에서 위법 행위가 있었다는 건 국민의 공분을 살 만한 관심사다. 공공의 이익 측면까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스포츠계의 잘못된 관행을 짚는 일환으로 나온 보도라면 위법성이 없다는 얘기다.
한편, 심석희는 보도가 나온 지 사흘 만인 11일 소속사인 갤럭시아SM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그는 “평창올림픽 기간 미성숙한 태도와 언행으로 많은 분께 실망과 상처를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한다”면서 동료를 비하한 메시지에 고개숙였다. 이어 “올림픽을 앞두고 조재범 코치로부터 무자비한 폭행을 당해 뇌진탕 증세를 보이고 진천선수촌을 탈출하는 등 신체적·정신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였다. 스스로 가진 화를 절제하지 못하고, 타인에 대한 공격적인 태도를 드러내며 미성숙한 모습을 보인 점을 반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승부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했다. 심석희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나와 최민정 모두 아웃코스로 상대방을 추월하며 막판 스퍼트를 내는 방식을 주특기다. 해당 경기에서도 각자의 특기를 활용했다. 그 과정에서 충돌이 생겨 넘어진 건 모두에게 너무나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해명했다.

김용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