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최전성기에서 ‘쉼표’를 택했다.

“우리가 잠깐 멈추고, 해이해지고, 쉬어도 앞으로의 더 많은 시간을 위해 나아가는 것”이라는 이들은 단체 활동의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그 이유로는 9년간 바쁜 팀 활동으로 미처 돌아보지 못했던 ‘개인의 성장’을 꼽았다.

이 같은 발표 전날은 방탄소년단의 데뷔 9주년이었다. 지난 10일 그간 활동과 9주년을 기념한 신보 ‘프루프’를 발표한 상태이기도 했다. 그룹이 해체된 것은 아니지만 세계 정상에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던 시점에 그룹 활동을 중단한 것이라 K팝을 넘어 대중문화에 작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발표한 ‘버터’로 미국 빌보드의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에서 통산 10주간 1위를 차지하고 총 6개의 빌보드 ‘핫 100’ 1위를 기록하는 등 K팝 그룹으로서 전무후무한 기록을 쓰고 있는 방탄소년단이기에 이들의 갑작스러운 그룹 활동 중단 이유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첫 번째는 K팝 시스템에 대한 고민이다. 데뷔 이후 끊임없는 음악활동과 예능 콘텐츠 촬영을 이어온 방탄소년단은 9년 활동 기간 동안 단 2번의 장기휴가만 허용됐을 정도로 바쁜 나날들을 보냈다. 앨범 활동이 없는 기간에도 전세계 아미(팬덤명)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해온 이들이기에 쉼표 없는 활동이 이들을 지치게 만들었을 것이란 시선이 많다.

공식 유튜브 채널 ‘방탄티비’를 통해 리더 RM 역시 “K팝 아이돌 시스템 자체가 사람을 숙성하게 놔두지 않는다”며 “계속 뭔가를 찍어야 하고 해야 하니까 내가 성장할 시간이 없다”고 꼬집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팀이 뭔지 모르겠다. 나와 우리 팀이 앞으로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를 몰랐다”며 팀 정체성과 방향성에 대한 회의감도 솔직하게 고백했다.

이 외에도 코로나 팬데믹으로 겪었던 앨범 활동의 어려움과 음악 정체성에 대한 고민들을 털어놓으며 자신들이 지친 상태임을 여러 번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아이돌 그룹으로서 활동을 쉰다는 것 자체에 대해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전했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단체 활동 잠정중단은 멤버들의 군입대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병역 특례 제도가 특별히 개편되지 않는 한 방탄소년단 맏형인 진이 올해 안에 입대해야 한다. 지난 4월 방탄소년단의 라스베이거스 콘서트 이후 대중문화예술인에 대해 대체복무를 허용하는 병역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다시 한 번 제기됐지만 여전히 이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과 개정안이 통과된다 해도 시행까지 수개월이 걸린다는 점에서 업계에선 방탄소년단이 예정대로 군입대를 할 것이라는 점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단체 활동이 어려워지자 개별 활동으로 방향을 튼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방탄소년단 멤버들 역시 그동안 ‘믹스테이프’(비정규 음반)로만 진행했던 솔로 음악 활동을 정식으로 펼쳐나가겠다고 밝혔다. 그 첫 타자는 제이홉이 될 전망이다. 제이홉은 “기조의 변화가 확실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따로 또 같이’ 단체와 솔로 활동을 병행해온 타 K팝 그룹들과 달리 단체 활동을 고집해온 방탄소년들이기에 이들의 기조의 변화와 향후 활동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일각에선 이들의 개인활동이 군 복무로 인한 공백기 새로운 돌파구이자 그룹 활동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병역법 개정안은 여전히 계류 중이라 입대의 불확실성은 향후 단체활동에도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차라리 개별 활동을 시작하는 게 팀의 공백을 줄이는 한편 멤버들 개개인에게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방송에서 진은 “나는 배우가 하고 싶었다”며 “아이돌을 하게 되면서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하니 그쪽(배우)에 대한 미련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인생은 모르는 것”이라며 또다른 도전을 기대하게 만들기도 했다.

물론 단체 활동 중단이 팀의 해체를 의미하진 않는다. “방탄소년단을 오래하고 싶다. 오래 하려면 내가 나로서 남아 있어야 한다”는 멤버들의 말처럼,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해선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쉼표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K팝 시장의 정상에서 막대한 파급력을 자랑하는 팀이기에 그 파장은 절대 작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벌써부터 하이브 주가부터 요동치고 있다. 15일 오전 기준 소속사 하이브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5% 이상 떨어지는 등 신저가를 경신했다.

빅히트 뮤직 측은 “방탄소년단은 팀 활동과 개별활동을 병행하는 새로운 챕터를 시작하게 된다. 멤버 각자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성장하는 시간이 될 것이고, 향후 방탄소년단이 롱런하는 팀이 되기 위한 자양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를 위해 레이블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데뷔 10년차에 챕터2를 여는 방탄소년단의 항해는 어디로 향할지, 전세계의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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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빅히트 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