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싱모델 출신 방송인 지연수, 그룹 쥬얼리 출신 조민아의 예능 출연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결혼 생활에 대한 이들의 주장을 믿기 힘들다는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두 사람을 섭외한 프로그램에도 불똥이 튀는 모양새다.

지연수는 지난 10일 KBS2 예능프로그램 ‘자본주의학교’에 식당 창업 지원자 중 한 명으로 등장했다. 그는 해당 방송에서 투잡을 뛰지만 생활고를 겪고 있으며, 최근에야 신용을 회복했다고 밝혔다. 특히 “아들이 5살 때 치킨을 사달라고 했다. 근데 2만원이 없어서 못 사줬다”며 눈시울을 붉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혼 후 홀로 아이를 기르는 그의 사연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동하게 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누리꾼 A씨가 ‘자본주의학교’ 시청자 게시판에 남긴 글이 확산되면서 분위기는 뒤바뀌었다. A씨는 “지연수에게 2009년부터 2015년까지 금전적으로 많은 도움을 줬으나 사실과 다르게 없었던 일을 꾸며내서 특정기관에 발언해 사회와 가정에 엄청난 피해자가 됐다”고 주장하며 “공영방송인 KBS에서 출연자에 대한 검증 없이 방송을 한다면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A씨는 지연수의 사생활 문제로 방송이 취소된 적이 있다고 했다. A씨는 “지연수는 지난해 1월 EBS ‘파란만장’에 출연할 예정이었으나 방송이 취소됐다. 그 이유는 지연수의 과거 행적과 본인의 잘못된 폭로로 만신창이가 된 한 사람의 처가 방송국에 전화로 사연을 보냈다. 그 사실을 방송사 내부적으로 검증절차 진행 후 방송분을 회차분에서 삭제했다”고 적었다.

A씨가 언급한 이유가 결방 원인인지 공식적으로 알 수 없으나, 당시 EBS 측이 급히 지연수의 출연 회차를 방송하지 않기로 한 것은 사실이다. EBS 관계자는 12일 스포츠서울에 “작년 1월 28일 방송이 방송사 내부 사정으로 결방됐다. 지연수의 출연분이 맞다”고 말했다.

A씨의 글로 지연수를 둘러싼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자, 소속사 에스드림이엔티 측도 입장을 밝혔다. 관계자는 “지연수가 거짓 방송을 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지연수와 A씨가 서로 맞고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 소송 중이니 법원 판결이 나온 후 판단할 일”이라고 전했다.

최근 이혼 소송에 돌입한 조민아가 게스트로 나선 방송도 보류된 바 있다. 그는 지난 5일 채널S 예능프로그램 ‘진격의 할매’에 출연할 예정이었다. 이 방송에서 싱글맘으로 살아가기로 했으며, 결혼과 이혼에 관해 이야기한다고 알려졌다. 앞서 자신의 SNS에 가정폭력 피해를 암시하는 듯한 글을 게재해 우려를 샀던 만큼, 그의 방송 출연 소식은 큰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비연예인인 그의 남편은 직접적인 해명이 불가능하지만, 조민아가 SNS 및 방송을 이용해 일방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어 한쪽 입장만 신뢰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가운데 그의 출연분 방송은 잠정적으로 불발됐다. 그의 남편 법률대리인이 방송 전날 가사소송법 10조와 72조에 근거해 보도를 금지하는 사전 처분 신청을 냈기 때문이다. ‘진격의 할매’ 측은 “조민아 남편이 사전 신청을 했고, 이에 제작진이 내부 논의를 한 결과 휴방을 결정했다”고 알렸다.

일각에서는 방송사 및 제작진의 출연자 검증 절차에 의문을 제기했다. 시청률과 화제성을 높이기 위해 논란의 소지가 있는 이들을 의도적으로 섭외한 것이라 보는 의견도 있다.

이와 관련해,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12일 스포츠서울에 “검증에 실패했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겠나. 잡음이 생길 것을 알고 있음에도 이 잡음을 끌고 갈지 말지 손익 계산이 나왔을 거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으면 방송을 번복하기도 한다. 콘텐츠 경쟁이 엄청나지 않나. 그렇다 보니 노이즈가 꼭 해야 하는 선택지가 되고 있다. 노골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요소를 끼워넣기도 한다. 과거에는 구설을 피해야 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젠 적당히 관심을 끌 수 있다면 개의치 않는 것 같다. 검증이 쉽지 않아서 문제가 발생한 사례도 있지만, 제작진이 알고 있으면서 강행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작진의 입장은 또 다르다. 한 예능국 관계자는 “출연자 검증을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출연자가 이야기하지 않으면 알 방법이 없다. 아무리 열심히 털어도 안 나온다. 그러다가 일이 터지면 제작진은 당하는 거다. 내가 생각할 때 그런 것을 이용할 PD는 없다. 그러려면 용기가 대단해야 한다. 악의적으로 출연한 사람도 없다. 대개 둘 중 하나다.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 생각하거나 본인이 자기 잘못을 잊은 거다. 콘텐츠와 제작진에 들이대는 잣대가 너무 박하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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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에스드림이엔티, 조민아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