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를 잘하려면 먼저 좋은 사람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20대 때의 불안함이 지금 마음의 건강함과 여유로움에 발판이 되어준 것 같다.”

지난 18일 종영한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에서 주인공 우영우(박은빈 분)의 친구, 최수연 변호사 역을 맡은 하윤경은 드라마 종영소감을 이같이 전했다.

‘봄날의 햇살’이라는 애칭으로 기억되는 최수연은 우영우의 로스쿨 동기이자 냉정한 현실 속에서도 따뜻한 마음이 먼저인 법무법인 한바다의 신입 변호사다.

자폐스펙트럼을 지닌 우영우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최수연의 따뜻한 마음은 실제 하윤경과도 닮았다. 하윤경은 “제가 눈치를 보는 걸 수도, 배려하는 걸 수도 있지만 내 것보다도 주변을 먼저 챙길 때가 있다. 이런 점이 콤플렉스이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도와주기 싫어. 내 것만 할 거야’ 하다가도 그게 안 된다. 알아주는 이가 있다면 손해 볼지언정 좋은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최수연을 연기하며 츤데레같은 면모를 살리려고 했다. 틱틱 거리다가도 챙겨주고 감싸주는 모습을 보이려고 했다.”

하윤경은 특히 우영우를 대하는 최수연의 디테일에 신경썼다. 탄탄한 대본에 그가 만들어낸 사소한 디테일과 애드리브가 더해져 ‘봄날의 햇살’ 최수연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우영우에게 하는 스킨십들은 대본에 나와 있지 않았다. 그리고 대본 속 최수연은 틱틱거리는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우영우 뒤에서 몰래 지켜본다거나 순간적으로 나도 모르게 나오는 제스처로 우영우를 보호하려고 했다. 그런 모습을 통해 최수연이라는 캐릭터가 더 입체적으로 보이도록 노력했다.”

장애우를 대하는 최수연의 모습을 표현하는데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하윤경은 “전문가에게 자문을 받지는 못했지만, 개인적으로 유튜브나 자료들을 많이 찾아봤다”며 “자폐 스펙트럼에 관해 공부하고 어느 정도 이해했다고 해도 그걸 바탕으로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모르겠더라. 어떤 것이 적절한 도움인지 많이 고민했다”고 토로했다.

“최수연 또한 그런 고민을 많이 한 친구라고 생각한다. 우영우와 친해지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적절한 배려를 찾아간 것 같다.”

우영우가 최수연에게 “너는 봄날의 햇살이야”라고 외치는 장면은 많은 시청자를 울리게 만들기도 했다. 그렇다면 최수연에게 우영우는 어떤 존재였을까.

“네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꽃이 되었다. 라는 말도 있듯이, 우영우에게 그 말을 듣는 순간 우영우도 최수연에게 봄날의 햇살 같은 존재가 된 것 같다. 나의 햇살 같은 면모를 알아주는, 또 그걸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표현을 하지 않지만 서로의 소중함을 알고 지지해주면서 서로에게 봄날의 햇살이 된 것 같다.”

2015년 연극무대로 데뷔한 하윤경은 영화 ‘소셜포비아’,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JTBC 드라마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 등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우영우’는 하윤경에게 ‘배우로서 믿음을 준 작품’이다. 하윤경은 “힘들 때면 작품이 주어지곤 한다. 그럴 때마다 ‘내가 진짜 배우를 해도 되나 보다’라는 힘을 얻게 된다. ‘우영우’가 앞으로 배우의 길을 걸어갈 저에게 믿음을 주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지금의 하윤경이 있기까지엔 그의 끊임없이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윤경의 건강한 가치관은 앞으로 그가 걸어갈 모든 길을 응원하게 만든다.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노력한 만큼 결과도 나온다고, 그리고 지금까지 버티면서 하는 건 제 노력이 더 크다고 믿고 싶다.”

mj98_24@sportsseoul.com
사진 |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E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