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 박사, 5시간 동안 남편 행동 지적하고 비판"

“변명의 여지가 없다. 사과의 말씀드린다”

MBC가 지난 19일 방송된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에서 불거진 아동 성추행 논란을 사과했다.

MBC는 21일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고스톱 부부편을 보고 해당 부부의 딸을 걱정하셨을 모든 분에게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문제의 방송은 초혼인 남편이 의붓딸의 신체를 접촉하는 장면에 전파를 타면서 불거졌다. 방송에서 남편은 아이에게 ‘가짜 주사놀이’라며 엉덩이를 찌르는 장난을 쳤다. 이에 아이는 그게 싫다며 놓아달라고 외쳤다. 아내가 아이를 괴롭히지 말라고 말렸지만, 남편은 아이를 사랑해서 하는 애정 표현이라며 아내의 의견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날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불쾌감을 표하며 MBC 시청자 소통센터 게시판에 100여 건 넘는 항의글을 올렸다. 일부 격앙된 시청자들은 해당 아동이 살고있는 전북 익산경찰서에 아동 성추행으로 신고, 전북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가 해당 사건을 조사할 예정이다.

논란이 커지자 MBC는 “부부의 문제점 분석에만 집중한 나머지, 시청자분들이 우려할 수 있는 장면이 방영되는 것을 세심히 살피지 못했다. 방송 후 이어진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을 접하며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해당 아동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지 못하고 많은 분께 심려를 끼친 점, 다시 한번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머리를 숙였다.

이어 “제작진과 오은영 박사는 이 가정과 아동의 문제를 방송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지원하려 한다. 아동에게 심리적 어려움이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오은영 박사와 함께 전문적인 검사와 치료적인 도움을 제공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제작진은 일부 시청자들이 비판한 오은영 박사의 솔루션에 대해서는 “오은영 박사는 약 5시간 동안 진행된 녹화 내내 남편의 행동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며 매우 단호하게 비판하고 변화를 촉구했다”며 “그러나 그내용이 뒷부분에 집중되고 상당부분 편집돼 오 박사 및 MC들이 남편의 행동에 온정적인 듯한 인상을 드린 것 역시 제작진의 불찰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는 실제 녹화 현장에서의 분위기가 온전히 시청자 여러분께 전달될 수 있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겠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좋은 의도만큼이나 제작 과정의 세심함과 결과물의 올바름 또한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향후 모든 시청자가 수긍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MBC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성난 시청자들의 화를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 미지수다. 방통심의위원회에 따르면 21일 오전까지 ‘결혼지옥’에 대한 민원이 2900여건 접수됐다. 해당 민원은 내부 검토를 거쳐 심의 안건으로 상정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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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방송화면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