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무대는 쉽게 도전할 수 없다는 걸 다시 깨달았다. 뮤지컬 배우 친구들이 자기 관리하는 모습을 지켜볼 때마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영웅’으로 잠시 뮤지컬에 발을 들여놓았던 배우 김고은은 “프로 뮤지컬 배우 뺨친다”는 칭찬에 손사래를 치며 겸손한 반응을 보였다.

그가 출연한 ‘영웅’은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거사 이후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1년을 다룬 동명의 뮤지컬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전 출연진이 현장에서 라이브로 노래를 소화했다.

현직 뮤지컬 배우조차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뮤지컬의 오리지널 캐스트이자 영화에서도 안중근 역을 맡은 정성화와 연출자 윤제균 감독, 그리고 극장에서 ‘영웅’을 관람한 관객들은 김고은의 매혹적인 목소리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정성화는 “김고은의 실력은 뮤지컬 무대에 서도 손색이 없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극중 김고은이 연기한 설희는 명성황후 시해 장면을 목격하고 조선의 마지막 궁녀에서 독립군 정보원으로 변신하는 인물이다. 일본으로 건너가 게이샤가 된 설희는 이토 히로부미에게 접근, 유용한 정보를 빼내 독립군에게 전달한다. 영화 전반적으로 분량이 많지 않지만 뮤지컬 영화와 캐릭터의 특성 때문에 노래는 물론 일본 전통무용과 일본어까지 마스터해야 했다.

‘연습벌레’로 정평이 나있는 김고은의 악바리 근성은 여기서 빛을 발했다. 그는 스케줄이 빌 때마다 짬짬이 개인연습실을 빌려 노래연습을 했다. 춤 지도를 받을 때는 자신이 연습하는 장면을 영상으로 찍어 복기했다. 일본어 강사에게 개인 일본어 과외를 받는 것은 물론 현장에서도 지도를 받았다.

“명성황후가 시해당해 궁녀들이 울부짖는 대목에서는 하도 소리를 질렀더니 나중에 목에서 피맛이 났다. 나도 내가 그렇게 울면서 소리를 질렀는지 몰랐다. 이토 히로부미의 만찬장면을 찍을 때는 긴 드레스에 힐까지 신고 노래를 부르며 계단을 내려오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영화 속 김고은의 분량은 많지 않다. 영화 ‘은교’(2012)로 혜성같이 데뷔, 늘 주연만 맡았던 김고은의 지난 행보를 떠올리면 이례적이다. 김고은은 “나도 독립군의 일원이 되고 싶었다”고 씨익 웃었다.

그래서 영화 속 일부 장면을 촬영할 때는 마음이 ‘찌릿’할 정도로 아리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김고은은 “설희가 ‘당신을 기억합니다 황후마마여’를 부르며 기차에서 강으로 뛰어드는 장면을 찍을 때는 울컥해서 소리가 안나오기도 했다. ‘다시 태어나도 조선의 딸이기를’이라는 가사가 짜릿한 아픔을 줬다. 설희도 사람인데 얼마나 두려울까. 설희라는 인물을 대변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김고은에게 설희는 단순히 극 중 캐릭터가 아니다. 김고은은 “촬영 전 뮤지컬에서 설희 역을 연기한 배우들의 영상을 살펴보고 설희의 서사와 감정선을 그려놓으며 고민했다. 국민의 한사람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설희를 대했다”고 했다. 그가 노래부르는 일부 장면에서 ‘쇳소리’가 나 오히려 진정성을 더한 것에 대해서는 “일부러 ‘쇳소리’를 의도할 정도로 기술적이지 않다. 소리지르면서 울다보니 그런 소리가 더해진 것 같다”며 자신도 촬영에 깊이있게 임했다고 털어놓았다.

김고은은 올해 티빙 ‘유미의 세포들2’와 tvN ‘작은 아씨들’, 그리고 영화 ‘영웅’까지 다양한 플랫폼에서 맹활약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그는 “올해가 데뷔 10년차인데 작품들이 고루 큰 사랑을 받아 더욱 잊지 못할 해”라며 “매 작품 흥행을 자신할 수 없지만 내가 연기하는 인물이 시청자와 관객들에게 공감받을 수 있도록 연기하려고 한다. 스스로 한계를 단정짓지 않으니 어떤 역할이든 맡겨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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