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다. 이로써 K팝 업계는 초대형 ‘공룡’ 기획사 탄생을 앞두게 됐다.

10일 하이브는 SM 설립자이자 대주주인 이수만이 보유한 지분 가운데 14.8%를 4228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하이브는 SM의 최대 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카카오가 지난 7일 9.05%를 확보하는 유상증자를 골자로 SM과 손을 잡았지만, 하이브가 이수만과 손을 잡고 단숨에 이를 제치고 나선 것이다. 하이브는 이날부터 다음달 1일까지 20일간 25%에 해당하는 595만1926주의 지분을 동일한 가격에 추가 확보할 예정이다.

하이브가 SM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최근 SM 지분을 두고 이수만과 경영진 사이에서 갈등을 빚으면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하이브 측은 이번 공개매수에 대해 “SM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해 한국의 대표적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위상에 걸맞는 바람직한 지배구조를 창립하기 위해서”라며 “대상회사가 보유한 다양한 지적재산권(IP)와 사업적 기회가 주주를 포함한 이해 관계자들과의 분쟁과 지배구조상의 불확실성에 훼손되기 전에 동종업종에 종사하는 하이브와의 사업적 시너지를 통해 케이팝의 세계화라는 공동의 목표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함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하이브는 “SM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이수만의 의지를 확인했다”며 “(하이브가) 이미 이사회 중심 경영을 통해 최고 수준의 지배구조 투명성을 갖춘 것은 물론, 멀티 레이블 전략 운영과 팬덤 플랫폼 개발 등 업계 선진화를 주도한 만큼 SM의 지배구조 개선 과정에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이수만은 개인 프로듀싱 회사 라이크기획과 SM 간 계약 종료일로부터 3년간 일부 수수료를 받기로 했는데, 이번 하이브와의 합의 과정에서 이를 받지 않기로 했다.

한편 SM엔터테인먼트도 하이브의 지분 인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SM엔터테인먼트는 10일 이수만 최대주주 측의 가처분 신청 및 하이브 인수설에 대한 공동대표이사 및 경영진(센터장 이상 상위직책자 25인) 입장문을 발표했다.

SM 측은 “SM은 특정 주주/세력에 의한 사유화에 반대하며, 건전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확립하고 주주 권리 보호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모든 임직원, 아티스트와 함께 힘을 모아 이번에 보도되고 있는 모든 적대적 M&A에 반대한다는 것을 명확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SM은 “지금 이 순간에도 밤낮없이 아이디어를 내고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여 헌신하는 약 600명의 임직원들이 있다. SM 아티스트들의 노력이 얼마나 치열한 것인지 잘 알고 있다”면서 “SM은 2022년 30여건의 음반을 발표했으며 이 음반 발매를 위해 매주 400여곡 이상의 데모곡을 내부적으로 심사하고 있고 음반의 컨셉부터 홍보에 이르기까지 모든 임직원들의 열정과 노력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는 SM 3.0 시대를 통해 새로운 도약을 시작하겠다. 한 사람에게 모든 권한과 명예가 집중되었던 과거에서 벗어나, 각 분야의 전문가들, 집단 지성이 모여 함께 아티스트를 성장시키고, 그 기쁨과 보상을 함께 나누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SM이사회는 카카오에게 제3자 배정방식으로 약 1119억원 상당의 신주와 약 1052억원 상당의 전환사채를 발행하기로 결의하면서 SM 3.0이 예고됐다. SM 3.0 글로벌 엔터테인먼트를 선도하는 팬, 주주 중심의 회사로의 전환과 도약이 중심이다.

그러나 이후 이수만이 제3자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을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경영권 분쟁이 심화된데 이어 예상치 못했던 하이브가 이수만의 지분을 사들이며 최대주주로 올라섬에 따라 SM은 큰 변화를 맞게 됐다. 한 관계자는 “매일 매일 달라지는 소식에 직원들 역시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며 “다음 달 주주총회 이후 대대적인 개편이 시작될 거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기획사 관계자는 “NCT, 에스파 등 SM의 색채가 뚜렷했던 아티스트들의 음악 방향에도 하이브가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다”라며 “두 공룡의 만남으로 K팝신에 시너지가 나올 거란 전망도 있지만 중소 기획사들이 설 자리는 더 없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가요계에서는 다음 달로 예정된 SM 주주총회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대표 연예기획사 하이브와 SM의 M&A가 어떤 시너지를 불러올지 주목된다.

jayee212@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