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 전과에 데이트 폭력 논란까지, 출연자 황영웅(29)을 둘러싼 끝없는 이슈에도 ‘불타는 트롯맨’은 ‘강행’을 선택했다. “우승한다면 상금을 기부하겠다”는 황영웅의 ‘읍소’에도 시청자의 비난은 여전히 거세다.

끝을 향해 순항하던 MBN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 ‘불타는 트롯맨’이 난관에 봉착했다. ‘학폭’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된 가운데, 황영웅이 과거 폭행 논란으로 물의를 빚고도 출연을 강행해 빈축을 사고 있다.

황영웅은 지난달 28일 밤 방송된 ‘불타는 트롯맨’ 생방송 결승전에 예정대로 출연했다. 2주에 걸쳐 진행되는 결승전 중 이날 그려진 결승전 1차전에는 톱 8인 황영웅, 김중연, 신성, 에녹, 공훈, 손태진, 박민수, 민수현 등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이날 결승전 1라운드에서 황영웅은 유진표의 ‘천년지기’로 한 곡 대결을 펼쳤다. 점수는 233점으로 황영웅이 1위에 오르는 듯했으나, 이후 손태진이 250점을 받으며 단숨에 1라운드 1위로 올랐다. 그러나 2라운드 신곡 미션에서 역전극이 펼쳐졌다. 가장 마지막 순서로 무대에 오른 황영웅은 ‘안 볼 때 없을 때’를 선곡, 58점으로 2라운드 단독 1위에 올랐다.

황영웅은 실시간 문자 투표까지 합산한 점수에서도 1위를 기록하며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황영웅은 최종 점수 1528점으로, 2위를 기록한 손태진(1282.71)과도 200점이 넘는 점수차를 보였다. 오픈 상금제를 도입한 ‘불타는 트롯맨’은 최종 상금은 8억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상해 전과가 밝혀진 황영웅이 8억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비난 여론 또한 거세지고 있다. 앞서 황영웅은 상해 전과, 학교 폭력, 데이트 폭행, 불성실한 군복무 등으로 논란에 휩싸이며 시청자들로부터 거센 하차 요구를 받았다. 이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60여건에 달하는 황영웅 관련 민원이 접수돼 심의 안건 상정 여부가 검토 중인 상황이다.

이에 대해 황영웅은 지난달 25일 입장문을 내고 “과거의 잘못이 무거우나 새롭게 살아가고자 하는 삶의 의지를 가지고 있다”며 출연 강행 의지를 피력했다. 제작진 역시 “제기된 사안(폭행)에 대해 황영웅은 2016년(당시 22세) 검찰의 약식 기소에 의한 벌금 50만원 처분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리면서도 ‘하차’와 관련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

그럼에도 황영웅의 과거에 대한 폭로는 계속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학창 시절 자폐증을 앓던 친구, 군 복무 시절 동료, 전 여자친구 등을 폭행했다는 피해자들의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본인 뿐 아니라 제작진이 짊어져야할 리스크의 무게도 무거워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진이 ‘하차’를 이야기할 수 없는 속사정은 무엇일까.

‘불타는 트롯맨’은 TV조선에서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시리즈를 연달아 흥행시킨 서혜진 PD의 신작으로 주목받았다. 경쟁작인 ‘미스터트롯2’에 비해 낮은 인지도를 커버하는 과정에서 낭중지추 활약한 인물이 황영웅이었다. 방송 초반부터 제작진은 황영웅을 ‘제2의 임영웅’이란 타이틀로 홍보했고, 황영웅은 어머니, 할머니 등 가족사를 언급하며 흥행을 견인해왔다.

한 방송 관계자는 “제작진 입장에선 ‘드라마의 주인공’인 황영웅을 마지막 고지만 남기고 하차시키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불타는 트롯맨’은 ‘황영웅 밀어주기’라는 의혹이 일며 ‘1등 내정설’까지 제기됐으나 부인한 바 있다. 그러나 이변없는 결승 1차전 1위에 이어 황영웅이 최종 결승 소감에나 전할 법한 ‘기부’ 이야기를 꺼내면서 여론을 돌려보려는 ‘꼼수’로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작사도 섭외 당시 사전 조사, 설문, 대면 인터뷰 등을 통한 검증을 진행하지만 공인이 아닌 이들의 과거까지 확인하기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불타는 트롯맨’ 제작진 역시 결격 사유가 있는지 확인하고 서약서를 받는 과정을 거칠 만큼 출연자 검증에 애썼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작진도 다수의 미팅을 통해 최대한 선별하려 하지만 쉽지 않다. 방송 중에 문제가 생겨도 당사자가 먼저 말하지 않는 이상 파악도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TV방송 프로그램은 모든 국민이 향유하는 공공재다. ‘불타는 트롯맨’이 개인 황영웅의 갱생프로그램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시각이다. 제작진의 고민을 감안하더라도 황영웅의 출연강행에 대해서는 뒷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시청률과 투표, 공연까지 수익구조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경우 출연자 선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사전에 논란을 예측하고 막기는 어렵더라도 의혹이 제기된 이후에는 신속하게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음반 판매량, 관객 동원력 등 트로트 시장은 이전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졌다. 출연자의 검증 및 과거사 논란에 따른 결정에 대한 사회적 무게도 그만큼 커졌다. 황영웅을 둘러싼 파장은 실시간으로 진행 중이다. 최후의 결승전이 오는 3월 7일 오후 9시 40분에 방송되는 가운데, 황영웅을 포함한 8인의 결승 진출자 모두 오는 4월 29일과 30일 양일간 개최되는 ‘불타는 트롯맨’ 전국투어 콘서트에 참여할 예정이다.

기어이 방송에 이어 콘서트까지 이어지는 셈이다. 연이은 학폭 논란을 통해 우리 사회는 어느 때보다 스타의 인성, 선한 영향력을 중요시하는 시대가 됐다. 우승 여부를 떠나 이번 황영웅 사례는 이런 시대에 대한 역행이란 비난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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