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서울 잠실 주경기장에서 개최된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7 브루노마스’ 공연장.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아내 정지선 씨와 모습을 드러냈다.

그라운드 앞줄 좌석에서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을 만난 정회장이 악수를 하며 격려하는 모습이 누리꾼들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정의선 회장은 이 콘서트를 보기 위해 예매창에서 광클했을까? 아니면 초대권을 받은 것일까? 정답은 후자다.

정의선 회장은 현대카드가 VVIP들에게만 발급하는 ‘더블랙 에디션3’ 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회비 250만원에 달하는 이 카드는 자산, 소득 등 경제적 능력과 사회적 지위, 명예를 갖춘 1000명에게만 발급되는 특별한 카드다. 현대카드는 ‘더블랙 에디션3’ 회원들에게 브루노 마스 콘서트 티켓 초청장을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팝스타 브루노마스가 역대급 공연을 펼쳤지만 연예인들의 공연관람이 엉뚱하게 ‘공짜관람’ 특혜 시비로 번지며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대카드는 “굳이 유명인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연예인을 초청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오해를 불러일으킨 쟁점들을 정리해봤다.

현대카드는 초청 안했다? YES! BUT 블랙카드 회원 2장 초대권 발송

현대카드가 밝힌 입장대로 ‘법인’ 현대카드는 별도의 연예인 초대를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공연 네이밍 스폰서의 경우 스폰서 비용의 일정 부분을 초대권으로 받곤 한다. 하지만 현대카드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아티스트를 초청하기 때문에 초대권 좌석이 비는 걸 방지하기 위해 초대권을 받지 않는다”라고 귀띔했다.

과거에는 초대권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VIP 의전용 티켓조차 구매하는 것으로 방침이 바뀌었다고 한다. 다만 현대카드의 VVIP 회원인 ‘더블랙 에디션3’ 회원일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더블랙 에디션3’ 회원들에게는 현대카드가 공연 티켓 2장을 발송한다.

K팝 가수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일부 유명 연예인들도 ‘더블랙 에디션3’ 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빅뱅 지드래곤을 비롯해, 블랙핑크 리사, 그룹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이에 속한다.

그라운드 좌석에서 공연을 관람한 방탄소년단 멤버 진의 친형 김석중씨도 ‘더블랙 에디션3’ 회원에게 티켓을 양도받은 경우다.

김씨는 “현대카드 측에서 발행된 양도 가능한 초대권을 사정이 있어 참석하지 못한 지인분께 받아 가게 되었다”라고 해명하며 자신이 받은 초대권 사진을 증거로 올렸다. 초대권에는 ‘본 공연은 초청받은 더 블랙(the Black) 본인 회원 외 동반 1인까지 총 2인 입장 가능하다’고 고지돼 있다.

이외에도 현대카드는 연회비 80만원인 퍼플회원들에게 선예매가 가능하도록 미리 예매창을 열어주기도 했다. 현장에서 그라운드 좌석에 앉았던 일부 연예인, 유명 인플루언서 등이 이에 속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다만 현대카드는 개인 정보보호법상 유명인이 어떤 카드를 소지하고 있는지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K팝 가수 위상 높아지며 해외 아티스트가 직접 초청...그라운드 앞좌석 일률제공하며 문제

현대카드 슈퍼콘서트가 잠실 주경기장에서 개최한 마지막 공연은 지난 2017년 콜드 플레이의 공연이다. 당시만 해도 K팝 가수들의 위상이 지금과 같지 않았다. 더욱이 플로어는 스탠딩 구역이라 ‘특혜 시비’가 나올 수 없는 구조였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는 기간 동안 K팝 가수들을 비롯한 연예인들의 위상이 높아졌다.

지난 3월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KSPO돔에서 개최된 해리 스타일스 공연만 봐도 BTS 뷔·RM, 블랙핑크 제니·로제, 에스파 카리나·윈터, 몬스타엑스 형원, 류준열 등 연예인들이 대거 관람했다.

이들 중 일부는 해리 스타일스 측이 직접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K팝 가수들과 교류하며 서로 ‘공연관람 품앗이’를 위해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이 초청한 것이다. 브루노 마스 공연 역시 그라운드 1열은 아티스트가 직접 초청한 좌석인 것으로 전해졌다.

KSPO돔은 1만석 규모다. 주경기장은 5만석 규모다. 더욱이 해리 스타일스는 평일인 월요일에 공연했다. 전체 관람객 대비 연예인의 비율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다만 해리 스타일스 공연 역시 플로어 구역을 스탠딩으로 지정했다. 연예인들의 좌석이 무대에서 다소 떨어져 있기 때문에 특혜 시비까지 나오지는 않았다.

이번 논란을 지켜본 한 관계자는 “어떤 공연이든 초대권은 있기 마련이다. 이 초대권을 어떤 비율로 어떤 좌석에 배분하는지가 문제다. 인기 공연의 경우 초대권까지 구매할테니 보게만 해달라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다만 주경기장처럼 넓은 공연장일 경우 이를 빼듯 초대권 좌석을 세분해서 배치해야 하는데 유명인과 VVIP회원들을 일률적으로 티 나게 앞좌석에 배치한 게 문제가 된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논란 억지스럽지만 소비자 성향 분석 못한 현대카드 실책도 있어

금융 관계자들은 논란 자체가 억지스럽다는 입장이다. 현대카드는 팬덤을 대상으로 콘서트를 하는 연예기획사도 아니고, 공공기관도 아닌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사기업이다.

‘슈퍼콘서트’도 결과적으로 현대카드 판촉을 위한 일종의 마케팅 행사일 뿐이라는 게 금융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국내 아티스트들이 팬덤의 공정한 관람을 위해 초대권을 엄격히 제한하는 것과는 다소 입장이 다르다.

다만 브루노 마스 콘서트를 관람할 만큼 문화소비욕구가 높은 카드 소비자들의 성향과 더불어 ‘공정’ 가치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MZ세대의 특성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한 실책도 분명히 존재한다.

더욱이 정태영 부회장이 평소 개인 소셜채널을 통해 일부 연예인들과 친분을 과시한 것도 악재로 돌아왔다. 대중은 정태영 부회장을 현대카드와 동일시하기 때문에 정 부회장이 개인 친분으로 초대한 이들도 현대카드가 직접 초대권을 배포한 것으로 여길 소지가 있다.

실제로 정 부회장은 연예인 관람으로 여론이 악화된 19일, 브루노 마스와 함께 촬영한 사진을 게시했다가 누리꾼들의 질책을 들었다.

정 부회장은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자 20일 자신의 개인 채널에 “광고와 더불어 행사에서도 셀럽 마케팅을 하지 않는 것은 현대카드 마케팅의 오래된 원칙 중의 하나”라며 “현대카드의 시선에서는 이번 공연장의 셀럽은 오로지 브루노 마스 한명이었다”라고 밝혔다.

또 “공연이란 아티스트, 기획사, 주최 측 등 여러 낯선 참여자들이 단 한 번의 공연을 위해서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는 일이고, 매번 그 입장과 범위가 다르다 보니 놓치는 점이 있다”라며 “그럼에도 현대카드의 이름을 걸고 하는 행사인 만큼 앞으로 넓은 영역에서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겠다”라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mulgae@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