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스펙트럼을 지닌 마라톤 선수 윤초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말아톤’의 정윤철 감독이 유명 웹툰작가 주호민과 그의 아들을 둘러싼 논쟁에 대해 입을 열었다.

주호민이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아들의 특수교사를 고소하면서 불거진 사회적 논쟁들이 학부모를 악마화하고 장애아를 사회에서 분리시키려는 사회적 편견을 부추기는데 대한 우려였다.

정 감독은 2일 자신의 채널에 올린 글을 통해 주호민과 특수교사 사이의 갈등이 결국 “을과 을의 싸움이 지닌 무의미함과 비극”이라며 이번 사태의 진짜 빌런인 시스템을 추적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나는 ‘말아톤’ 감독으로서 특정 웹툰작가에 대한 멸문지화급의 과도한 빌런 만들기를 멈추고, 그의 아들을 포함한 많은 발달 장애 아이들이 집 근처에서 편안히 등교할 수 있도록 특수학교를 대폭 증설하고 예산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언론과 여론이 힘을 쏟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이어 “아울러 특수 학교를 세우려 할 때마다 집값 떨어진다고 길길이 뛰며, 장애를 지닌 아이 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빌도록 만드는 고질적인 님비 현상을 재고하는 계기 또한 되길 빈다”라고 적었다.

그는 “안 그럼 웹툰작가의 별명인 ‘파괴왕’처럼 발달장애인에 대한 인식 고양을 위해 쌓아온 그 동안의 사회적 노력들이 물거품이 되고, 이땅의 수 많은 초원이들은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 찍힐 우려가 크다”라며 이번 사태가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장벽을 더 높이는 빌미가 되는 것을 걱정했다.

그는 “선생님들의 권익도 중요하지만 언론은 항상 기저에 깔린 구조적 모순과 시스템의 진짜 빌런을 추적해야할 임무가 있다고 본다. 을과 을의 싸움이 지닌 무의미함과 비극성은 영화 ‘기생충’에서 충분히 보았다”라며 각성을 촉구했다.

지난해 9월 주호민의 아들이 학교에서 문제행동을 한 뒤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은 고소전으로 번졌다.

주호민이 아들에게 부적절한 발언을 한 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하면서 20년차 교사가 직위해제됐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관련 사건이 알려지며 주호민 가족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주호민 측은 2일 “담당교사와 아이를 분리시킬 방법이 없어 수사기관에 신고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끝장내겠다는 식의 생각은 결단코 없었다. 교사에 대한 선처를 탄원하겠다”라며 재차 공식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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