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2차 예선 태국전 발탁
"두 선수와 직접 소통하고 뽑아
속죄하는 마음으로 준비하겠다"
책임지지 않는 KFA에 화난 팬
'정몽규 퇴진-A매치 보이콧' 주장
"이강인은 사과를, 손흥민은 화합을!"
결국 '정면 돌파'였다. 축구 A대표팀 임시 지휘봉을 잡은 올림픽대표팀 황선홍 감독은 축구계를 뜨겁게 달군 '이강인 딜레마' 해결사를 자처했다. 황 감독은 11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태국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2연전에 나설 A대표팀 23명 명단을 발표했다.
최대 화두는 지난달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기간 대표팀 내분 중심에 선 이강인(23ㄱ파리 생제르맹) 발탁 여부. 황 감독은 "두 선수(손흥민.이강인)와 직접 소통했다. 이강인은 팬과 팀원에게 진정으로 사과하고 싶어 한다. 손흥민은 이강인을 보듬어 안고 화합해 앞으로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강인은 요르단과 아시안컵 4강전(0-2 패)을 앞두고 주장 손흥민(토트넘)과 말다툼을 넘어 몸싸움을 벌이는 등 '하극상' 논란에 휘말렸다. 대회 직후 소셜미디어에 사과문을 올리고, 손흥민이 활동하는 영국 런던으로 날아가 재차 미안한 마음을 전했으나 대중의 시선은 곱지 않다. 자연스럽게 그의 대표팀 선발에 관해 "태국전을 포함해 당분간 뽑지 말아야 한다"와 "어차피 뽑을 선수이니 사과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견해가 맞섰다.
황 감독은 어떤 선택을 해도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후자를 골랐다.
그는 아시안컵 직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 여파로 3월에만 A대표팀을 이끈다. 즉 '이강인 논란'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기엔 애매한 입장이다. 무리하게 가담할 이유가 없다. 또 내달 본업인 올림픽팀의 파리올림픽 최종 예선(U-23 아시안컵)을 앞두고 있다. 황 감독은 A대표팀 임시 지휘봉 수락 배경으로 "대한민국 축구가 큰 위기에 처했다. (선수 시절) 14년간 대표 생활하며 혜택을 받았다. 축구인으로 도움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하며 이강인 사태도 축구 선배로 책임감을 품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일이 두 선수만의 문제가 아니다. 축구인의 한사람으로 국민께 죄송하다. 태국과 2연전은 하나 된 마음, 속죄된 마음으로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태국과 2연전 성공 요건은 결과 뿐 아니라 황 감독을 중심으로 대표팀 내 어색한 공기를 바꾸는 게 핵심이 됐다. 코치진과 선수단이 다시 하나가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돼야 한다.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대업을 앞둔 황 감독이 총대를 멘 셈이다.
이런 의미에서 대한축구협회(KFA)를 향한 질타 목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KFA 각종 소셜미디어엔 정몽규 회장의 퇴진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21일 태국과 안방 첫 경기를 포함, 'A매치 티켓(26일 방콕 원정) 불매 운동' 여론도 존재한다. 근본적인 내부 시스템에 대한 성찰과 반성, 개선 노력 없이 '핵심 상품'인 대표팀 수습만 바라는 모양새에 대한 불만이다.
실제 KFA가 황 감독에게 난제를 모두 맡겨서는 안 된다. 대표팀은 장기간 유럽파와 국내파간 '보이지 않는 벽'으로 불화 얘기가 나돌았다. 특정 선수 위주의 카르텔이 형성됐다는 견해도 나왔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방임하며 간극을 더 키웠다.
그를 고용한 KFA는 어떠한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했다. 끌려만 다녔다. 지난해 11월 유럽파 일부가 중국과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원정 직후 사비로 전세기를 들여 조기 귀국했을 때, 일부 선수가 국제 대회에 무자격 개인 트레이너를 대동했을 때 모두 KFA는 문제가 되는 것을 알면서도 방치했다. 황 감독도 이런 상황을 알고 있다. 그는 "선참 선수와 연락해 여러 상황을 들었다. 우리가 오해하는 부분도 있다. 짧은 기간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대화를 통해 정리를 해야 한다. 가이드라인을 정해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가이드라인은 대표팀 운영 주체인 KFA가 적극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이대로라면 어느 사령탑이 와도 바른 시스템을 꾸리기가 어렵다.
김용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