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이 극심한 20대 아이돌 스타들의 만남은 아니다. 불륜도, 희귀한 만남도 아니다. 결혼 적령기의 배우 류준열(38)과 한소희(30)가 교제를 인정한 가운데 두 사람을 둘러싼 여론이 이상할 정도로 과열됐다.

심지어 두 사람에게 큰 관심이 없는 이들의 입길까지 오르는 일이 벌어졌다. 배우로서는 최악의 이미지 타격이다. 데뷔 이래 오랜 세월 쌓아온 이미지를 한순간에 무너뜨린 두 배우의 지난 며칠간을 따라가 보자.

하와이발 열애설→“체류는 사실, 사생활은 노코멘트”

발단은 지난 15일. 한 해외 누리꾼이 “하와이의 한 수영장에서 한국의 유명 스타 두 사람이 꽁냥꽁냥하고 있다”라며 목격담을 올렸다. 그는 배우의 이름 대신 두 사람의 출연작인 ‘응답하라 1988’과 ‘알고 있지만’을 올렸고, 곧 뜻밖의 조합이던 류준열과 한소희의 열애설은 삽시간에 번져갔다.

양측 소속사가 1차 대응에 나섰다. 소속사는 “하와이에 머무는 것은 사실이다. 사생활은 알지 못한다”라는 한정적 팩트 확인으로 입장을 내놨다. 통상적인 열애설 대응에서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최소한 거짓말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상 열애 인정’과 동시에 환승연애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류준열은 ‘응답하라 1988’에서 만나 7년간 교제한 혜리와 지난해 11월 결별했다. ‘헤어진지 얼마나 됐다고’ 라는 궁금증은 류준열과 한소희의 교제 시점에 대한 의혹으로 번졌다.

전 연인 혜리 “재밌네” VS 현 연인 한소희 “저도 재밌네요”

류준열과 한소희의 열애와 환승연애에 대한 말들이 번져가던 시간, 전 여친 혜리가 개인 채널에 올린 글이 불똥을 튀겼다. 혜리는 이날 해외로 추정되는 곳에서 찍은 사진과 함께 세 글자 “재밌네”를 올려 대중의 상상력을 부추겼다.

혜리의 글을 놓고 환승연애설에 무게추가 쏠렸다. 양측 소속사가 열애 여부에 대해 침묵한 상황에서 ‘커플 브레이커’가 돼버린 한소희가 결국 참지 못하고 반응했다.

한소희는 자신의 채널에 칼을 든 강아지 사진과 함께 “저는 애인이 있는 사람을 좋아하지도, 친구라는 이름 하에 여지를 주지도, 관심을 가지지도, 관계성을 부여하지도 타인의 연애에 훼방을 놓지도 않는다. ‘환승연애’ 프로그램은 좋아하지만 제 인생에는 없다”라며 환승연애를 강력하게 부인했다.

이어 “저도 재미있네요”라며 혜리를 저격해 논란에 불을 붙였다. 혜리가 자신을 ‘환승연애’로 낙인이라도 찍은 듯 반응하면서 불필요한 감정싸움이 시작된 것. 전 연인과 현 연인의 싸움에 대중들은 ‘팝콘’을 끼고 앉았다.

결국 혜리가 주어 없이 쓴 “재밌네”라는 글에 한소희가 과민한 반응을 보이면서 열애설은 다른 방향으로 과열되기 시작했다.

과유불급된 한소희의 해명

결과적으로 전 연인 혜리를 건드린 한소희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졌고, 열애설에 대해 침묵하는 류준열에 대한 비난까지 일었다.

이 와중에 성질 급한 한소희가 한 번 더 급발진했다. 한소희는 16일 새벽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 장문의 글로 류준열과 열애를 인정한 뒤 다시 공들여 환승연애설을 해명했다.

그는 “서로 마음을 주고받았던 당시는 이미 2024년의 시작이었고, 그분(혜리)과의 이별은 2023년 초에 마무리가 되었고 결별 기사는 11월에 나왔다고 들은 바가 있다. 이 사실을 토대로 저는 제 마음을 확인하고 관계를 지속했다”라고 적었다.

이어 “그저 가만히 있으면 되었을 걸 제가 환승을 했다는 각종 루머와 이야기들이 보기 싫어도 들리고 보이기 때문에 저도 잠시 이성을 잃고 결례를 범한 것 같다. 이 점은 그분(혜리)께도 사과드릴 것이며 보이는 데에 있어서 여러분께 현명히 대처하지 못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류준열과 혜리가 2023년초에 이미 이별했고, 한참 후인 11월에 결별기사가 났다”라는 설명이 문제가 됐다. 두 사람의 만남과 헤어짐의 시기를 한소희가 거론하는 것 또한 무례한 문제였기 때문.

뜨거워진 머리 그대로 쏟아내는 한소희의 말들은 고스란히 한소희의 이미지를 깎아 먹는 부메랑이 됐고, 결국 그는 17일 블로그의 글을 모두 삭제하고 개인 채널도 비공개로 전환했다. 신인 시절부터 팬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던 창구를 폐쇄하게 된 것.

같은 날 하와이 열애설의 주인공 류준열은 모자에 선글라스, 마스크를 한 채 굳은 표정으로 귀국했다. 연인 한소희와 전 연인 혜리의 신경전이 이어진 뒤 16일 오전 열애를 인정했던 류준열은 결과적으로 ‘여자 뒤에 숨은 비겁한 남자’가 돼버렸다.

류준열과 한소희 모두에게 최악의 결과다. 두 사람은 영화와 드라마 OTT 등에서 주연급 배우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연기력만큼 스타성도 있는 두 사람의 열애가 축복받지 못한 ‘사건’이 되어버린 건 너무도 미숙한 대응이 한몫했다.

모두에게 축복받으며 매끄럽게 시작하는 공개 열애가 세상에 얼마나 되겠냐마는 숱한 배우 커플들이 열애 공개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과 비교해도 이번 대응은 안 한만 못 한 ‘잘못된 예시’가 됐다.

스포츠서울 | 박효실 기자 gag11@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