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서울시리즈 일거수일투족 연일 화제 중심
이제 다저스서 월드시리즈 우승만 채워넣으면

어쩌면 큰 관련이 없는 '제3국'에 불과하다. 미국에서 열리는 메이저리그(ML). ML 팀 연고지도 태평양 건너에 자리한 LA다. 게다가 팀의 얼굴이나 마찬가지인 선수의 국적은 가까우면서도 먼 나라 일본이다. 단순히 팩트만 나열하면 흥행 요소가 뚜렷하지 않다.
하지만 스포츠에서 국적은 중요하지 않다. 슈퍼스타를 향한 열기는 지역과 국적을 초월한다.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30)가 그렇다. 야구를 하는 나라라면 오타니는 국적을 가리지 않는 최고 스타다. 지난 15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모습이 그랬다. 한국도, 미국도, 일본도 모두 놀랐다. 글로벌 슈퍼스타가 입국한 것처럼 수많은 야구팬이 인천에서 다저스와 오타니를 반겼다. 미국 매체 디 애슬레틱은 다저스의 한국 입국 모습을 두고 비틀즈와 다저스를 합성한 '다틀즈'로 묘사했다. 과거 비틀즈가 전세계에 인파를 몰고 다니는 것처럼 다저스가 오타니를 앞세워 세계를 집어삼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만큼 뜨거웠다. 인천이 LA가 된 것처럼 공항에 운집한 팬들이 "렛츠고 다저스"를 외쳤다. 오타니는 인천에서 처음으로 배우자인 다나카 마미코와 동행했다. 불구덩이에 기름을 끼얹은 듯 취재 열기가 한층 타올랐다. 오타니가 마미코와 함께 공항을 빠져나가는 불과 몇 분에 불과한 영상이 지구촌 곳곳에 퍼져나갔다.
그럴 만하다. 오타니는 야구를 다시 정립하고 있다. 100년이 넘게 프로에서는 불가능으로 보였던 투타겸업을 이뤘다. 단순히 투수와 타자를 함께 하는 게 아닌 두 포지션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뽐낸다. 일찍이 일본을 정복한 오타니는 2018년 ML에 진출해 신인왕을 차지했다. 2019년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과 2020년 부진 등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2021년 완벽한 투타겸업으로 MVP를 차지했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오타니가 정점을 찍은 대회였다. 일본 대표팀 핵심 선수로 일본을 야구 최강국으로 올려놓았다. 미국과 결승전에서 팀 동료이자 ML의 아이콘 마이크 트라웃과 마주해 우승을 확정 짓는 삼진을 기록했다. 미국 언론은 작년 WBC에서 오타니가 만든 우승 장면을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미국프로농구(NBA)를 널리 알린 마이클 조던과 비유한다. 조던이 농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면서 농구 세계화를 이끈 것처럼, 오타니도 야구 세계화를 이끄는 데에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인물이라는 평가다. 16일 고척돔에서 열린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이와 흡사한 질문이 나왔다. 취재진은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에게 "조던과 오타니의 재능을 비교할 수 있다고 보나?"고 물었고 로버츠 감독은 "당연하다"며 "전세계적으로 오타니를 주목하고 그에 대해 얘기한다. 지금 한국에서도 그렇지 않나"고 답했다.
하지만 오타니에게는 아직 이루지 못한 염원이 있다. ML 선수 모두가 꿈꾸는 월드시리즈 우승이다. 지난해까지 약체인 LA 에인절스에서 뛰면서 월드시리즈 우승은커녕 포스트시즌 진출도 이루지 못했다. 포스트시즌을 경험하지 못한 것은 오타니 커리어에 유일한 흠이다. 그래서 다저스행이 더 큰 주목을 받았다. 오타니는 미국 프로 스포츠 역대 최고 대우(10년 7억 달러 약 9324억원)를 받고 내셔널리그 최고 명문 구단의 일원이 됐다. 다저스는 역대 7차례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뤘고 2013년부터 작년까지 11년 연속 포스트시즌 무대에 오르고 있다.

고척 | 윤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