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어렵지 다음은 쉽다. 첫 발자국이 굵직하게 찍힌 만큼 두 번째를 향한 희망도 생겼다. 지난 20일 한국 야구 역사에 영원히 남을 샌디에이고와 LA 다저스의 경기가 고척돔에서 열린 가운데 김하성이 미래를 바라봤다.

주인공이었다. 한국에서 열린 첫 메이저리그(ML) 경기 로스터에 포함된 유일한 한국인 김하성이 타석에 설 때마다 환호와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그렇게 김하성은 새 역사에 주인공이 됐다. 안타는 없었지만 한 차례 볼넷으로 출루하고 유격수 자리에서 호수비도 보였다.

개막 2연전 둘째 날인 21일 김하성은 전날 경기를 돌아보며 “어제 안타를 쳤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오늘은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어 그는 첫 타석에서 주심이 홈플레이트를 손질하며 김하성이 오랫동안 박수 받도록 유도한 것에 대해 “주심이 일부러 시간을 끌어주셨다. 상대 투수와 포수도 나를 배려해줬다. 정말 감사했다”고 회상했다.

아직 두 번째 경기가 끝나지 않았지만 흥행 성공이다. 개막 2연전 티켓이 예매 시작 몇 분 만에 동이 났다. 한국은 물론 미국과 일본 언론의 관심도 뜨겁다.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를 중심으로 흥행 대폭발이 이어지고 있다. 이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한국 ML 정규시즌 경기가 이렇게 현실이 됐다.

그래서 다음도 기대된다. 김하성은 “서울에서 다시 경기할 기회가 생기면 정말 좋을 것 같다. 다음에 기회가 또 생기면 그때는 샌프란시스코 이정후가 아닐까 싶다”고 내다봤다. 덧붙여 “정후가 많이 부러워한다”며 샌프란시스코의 방한을 예상했다.

고척돔하면 김하성과 이정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둘 다 고척돔을 홈으로 사용하는 키움에서 KBO리그 커리어를 쌓았다. 김하성은 고척돔 개장 첫 해인 2016년부터 빅리그 진출 이전인 2020년까지 고척을 집처럼 오갔다. 이정후는 프로에 입단한 2017년부터 작년까지 오직 고척돔에서만 홈경기를 치렀다.

KBO리그 7년 동안 절정의 활약을 펼친 이정후는 지난해 12월 포스팅을 통해 샌프란시스코와 계약을 맺고 빅리그에 진출했다. 현재 샌프란시스코 스프링캠프 장소인 애리조나 스코츠데일에서 빅리그 첫 시즌을 준비 중이다. 시범경기 타율 0.400으로 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만일 다시 고척돔에서 서울시리즈가 열린다면 향후 김하성 소속팀과 이정후의 샌프란시스코가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고척에서 빅리거 꿈을 키운 한국을 대표하는 내야수와 외야수가 빅리그 선수로서 격돌하면 그것만으로도 굵직한 스토리가 된다.

스포츠서울 | 고척=윤세호 기자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