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걸 어떻게 몰라?”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가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난 피해자”라고 호소하고 있다. 특유의 ‘신비주의’가 일을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심만 자꾸 키우고 있다.

오타니는 26일(한국시간)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스포츠에 베팅하거나 불법 도박업체에 돈을 지급한 적이 없다. 미즈하라 잇페이에게 도박 빚이 있는 것도 몰랐다. 나도 모르게 돈을 보내고 있었다. 터무니없는 일이다”고 말했다.

다저스는 오타니를 감싸고 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오타니는 정직하다. 나와 다저스는 오타니를 지지한다. 조사는 당국이 할 것이다. 우리는 야구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오타니가 직접 나섰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최초로 일이 불거진 날짜가 21일이다. 20일 서울시리즈 1차전 경기 후 미즈하라가 선수단 앞에 나서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불법 스포츠도박에 빠졌으며 450만 달러의 빚을 졌다고 했다. 다저스는 곧바로 미즈하라를 해고했다.

처음에는 오타니가 대신 빚을 갚아줬다고 했다가 말을 바꿨다. 오타니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 했다. 이미 오타니 계좌에서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 매튜 보이어 쪽으로 돈이 넘어간 것이 확인된 상태.

오타니가 미즈하라의 도박 사실을 알고도 돈을 보냈다면 이는 징계감’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나아가 ‘오타니도 도박했을 수 있다’는 추측까지 나왔다.

오타니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21일 서울시리즈 2차전을 정상적으로 소화했고, 곧바로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돌아간 후에도 오타니는 묵묵부답이었다. 다저스도 마찬가지였다.

시간이 흘러 26일 오타니가 카메라 앞에 섰다. 약 12분 정도 진행됐다. 질의응답도 없었다. 문제는 앞서 대변인을 통해 밝힌 내용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전혀 몰랐다고 했고, 피해자라 했다.

핵심은 ‘어떻게’다. 미즈하라가 어떻게 자신의 계좌에 접속해 돈을 송금했는지 확실히 공개했어야 했다. 450만 달러(약 60억원)에 달하는 돈이 빠져나갔는데 몰랐다고 하니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정말 몰랐다면, 사태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지금이라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미국 포브스는 26일 “오타니가 도박 스캔들에서 깨끗하기 어렵다”며 “금융기관은 송금액에 제한을 두고 있다. 신원 확인, 서류작업 등이 있어야 상한액을 높일 수 있다. 450만 달러가 빠져나갔는데 본인이 몰랐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타니가 직접 보냈다면 말이 된다”고 비판했다.

메이저리그 최다 안타(4256개)의 주인공이자, 불법 도박으로 영구제명된 피트 로즈는 “내가 통역사가 있었다면 처벌받지 않았을 것”이라며 오타니를 저격했다. 오타니가 뒤로 빠지고, 미즈하라에게 덮어씌우고 있다는 뉘앙스다.

‘신비주의’는 좋은 전략이다. 타인의 호기심을 자극해 더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과하면 좋지 않다. 미국 현지에서도 “인터뷰를 너무 하지 않는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비시즌 FA 협상 때도 그랬다. 계약 과정이 너무 비밀스럽다고 지적했다.

이번처럼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는 더욱 그렇다. 결백을 주장하는 것도 좋지만, 의심을 키울 필요는 없다. 다저스도 책임이 있다. 뭔가 뚜렷하게 답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