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예선, 조 선두에 '승점 3점' 뒤진 3위
6월 두 경기서 1승1무 땐 새 역사 가능성

말레이시아 축구대표팀을 이끄는 김판곤(55) 감독이 사임설을 일축했다.
김 감독은 지난달 31일 스포츠서울을 통해 "나도 어제(30일) 인터넷을 통해 기사를 봤다. 그 일 때문에 여기에서도 난리가 났다"라면서 "축구협회장과 문화청년체육부장관, 왕자에게도 연락이 왔다. 나는 떠나지 않는다고 확실하게 얘기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말레이시아 한 언론은 지난달 30일 김 감독이 사임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 감독이 협회와 갈등을 겪어 일부 급여만 보장하면 말레이시아를 떠날 수도 있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김 감독은 "아직 월드컵 2차 예선이 있다. 여전히 대회가 진행 중이다. 다음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예선이기도 하다. 아직 기회가 있으니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중요한 시점에 팀을 떠날 이유가 없다고 일축했다.
말레이시아는 2차 예선 D조에 속해 3위에 자리하고 있다. 선두 키르기스스탄과 2위 오만이 9점을 기록 중이고, 말레이시아는 6점으로 두 팀을 추격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6월 키르기스스탄을 상대한 뒤 최하위 대만을 만난다. 직접 순위 싸움을 하는 키르기스스탄과 오만이 맞대결하므로 말레이시아도 기회는 충분하다.
김 감독은 "6월 두 경기에서 1승1무만 해도 우리에게 기회가 생길 수 있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만큼 결과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 말대로 현실 가능성은 충분하다. 말레이시아는 지난해 11월 맞대결에서 키르기스스탄을 4-3으로 격파했다. 이미 한 번 이겨본 팀이기 때문에 최소 무승부 이상의 결과를 기대할 만하다.
2022년 김 감독이 부임한 후 말레이시아는 확실히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아시안컵 본선에 성적으로 출전한 것만 해도 1980년 이후 무려 43년 만의 일이다. 2007년에는 개최국 자격으로 본선에 나섰을 뿐이다. 게다가 지난 아시안컵에서 말레이시아는 한국과 난타전 끝에 무승부를 거두는 성과도 남겼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2위인 말레이시아 축구에 한 획을 그은 사건이다.
월드컵 2차 예선에서 선전 중인 것도 기대 이상의 결과다. 오만은 80위, 키르기스스탄은 104위로 말레이시아보다 순위가 훨씬 높다. 객관적 전력을 무시하고 김 감독의 말레이시아는 두 팀에 거세게 도전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아직 월드컵 최종 예선에 출전한 경험이 없다. 매번 1차, 혹은 2차에서 레이스를 멈췄다. 이번엔 다르다. 김 감독 체제에서 탄탄한 조직력을 갖춘 말레이시아는 아시안컵 본선행에 이어 새로운 역사를 기다리고 있다. 흠집을 내려는 외부 움직임에도 김 감독의 리더십은 굳건하다.

 정다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