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톱타자와 비교, '파워는 우위' 평가
상대해 본 투수는 "까다롭다"며 엄지 척

"샌프란시스코를 황홀하게 만든다."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가 단숨에 메이저리그(ML)를 사로잡았다. 신드롬이다. 동료들은 "즐겁다"고 한다. 양대 리그 타격왕을 모두 차지한 강타자와 비교한다. 파워는 더 낫다고 했다.
미국 디 애슬레틱은 지난달 31일(한국시간)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를 홀린다. 여기는 메이저리그다. 쉽게 도전했다가 큰코다친다. 이정후는 긴장하지 않았다. 이제 투수들이 이정후를 상대할 때 긴장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KBO리그 최고 타자였지만, 메이저리그 진출을 준비하면서 더 발전했다. 빅리그 투수들에게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스프링캠프를 거치며 자연스럽게 올라왔다"고 덧붙였다.
팀 동료 마이클 콘포토는 "이정후는 믿을 수 없는 선수다. 지켜보고 있으면 즐겁다. 모두가 이정후를 본다. 훈련 태도, 타석에서 접근법, 중견수 수비까지 다 좋다. 파워까지 보였다. 굉장하다. 1번 타자로서 우리 팀 분위기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극찬이다.
지난해 마이애미에서 36홈런을 때렸던 호르헤 솔레어는 루이스 아라에즈와 비교했다. 아라에즈는 2022년 미네소타에서, 2023년 마이애미에서 타격왕을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무려 타율 0.354를 쳤다.
솔레어는 "아라에즈는 자기 존이 있다. 알고 친다. 이정후도 마찬가지다. 커리어는 아라에즈가 위다. 이정후는 아직 더 올라갈 길이 있다. 특히 이정후는 아라에즈보다 파워가 더 좋다. 요즘 타자들은 헛스윙이 많다. 이정후는 아니더라"고 설명했다.
상대 투수도 놀랐다. 샌디에이고 선발 조 머스그로브는 "터프한 타자다. KBO리그 영상을 봤지만, 도움이 안 된다. 여기는 다른 리그다. 이정후는 스윙이 좋고, 존 공략도 잘한다. 나쁜 공에 따라가지도 않는다. 투수로서 상대하기 어려운 선수"라고 말했다.
이정후는 시즌 네 경기에서 타율 0.286, 1홈런 4타점, OPS 0.868을 치고 있다. 개막전에서 1안타 1타점을 올렸고, 두 번째 경기에서는 멀티히트다. 세 번째 경기에서는 기어이 홈런까지 날렸다. 모두를 놀라게 만든 대포다. 박병호가 미네소타 시절, 이대호가 시애틀 시절 세 경기만에 첫 홈런을 친 바 있다. 이정후가 같은 길을 걸었다. 3경기 연속 안타에 타점도 올렸다.
1일 경기에서는 무안타에 그쳤다. 연속 안타 기록이 중단됐다. 대신 볼넷 3개를 골라내며 '눈 야구' 실력을 뽐냈다. 4경기 연속 출루는 이어갔다. 딱 4경기 했는데, 리드오프로서 보여줄 것은 다 보여줬다.
샌프란시스코가 6년 1억1300만달러(약 1523억원)를 쓴 이유가 있다. 시범경기부터 심상치 않았는데, 정규시즌 시작부터 달린다. 샌프란시스코의 눈은 틀리지 않았다.  김동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