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리그 씹어먹는 5툴 'K-형제' 나란히 웃었다

메이저리그(ML)에 'K-형제'가 떴다. 이정후(26ㄱ샌프란시스코)가 날자, 김하성(29ㄱ샌디에고)도 터졌다. 형의 대포에 동생도 웃었다. '한국인 더비' 대흥행이다.
김하성은 31일 캘리포니아주 샌디에고의 펫코 파크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전에서 시즌 1호 홈런을 때렸다. 시즌 6경기 만에 나온 대포다. 이를 포함해 3안타 3타점 3득점 1볼넷을 일궜다. 1회말 첫 타석에서 안타를 때렸다. 깔끔한 출발. 2회말에는 2사 1,3루에서 좌측 담장을 넘기는 스리런 아치를 그렸다. 타구 속도 시속 98.8마일(약 159㎞)에 비거리는 357피트(약 109m)다. 8회말 2루타를 더하며 3안타 경기를 완성했다.
본토 개막은 3월29일이었지만, 김하성의 시즌은 더 일찍 시작됐다. 서울시리즈 덕분이다. 지난달 15일 한국에 들어왔다. 평가전 두 경기를 치른 후, 3월20~21일 LA 다저스와 공식 개막시리즈 두 경기를 펼쳤다. 장거리 비행에 시차도 걸림돌. 만만치 않은 시간을 보냈다. 이후 본토 개막전에서 1안타, 두 번째 경기에서 2안타를 쳤다. 조금씩 감을 잡기 시작했다. 지난달 31일 4타수 무안타로 주춤했으나, 이날 완전히 터졌다.
그사이 '동생' 이정후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개막 세 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쳤고, 타점을 올렸다. 지난달 31일에는 개인 통산 1호 홈런까지 쐈다. 데뷔 3경기 만에 홈런을 신고했다. 1일 경기에서는 안타를 치지 못했으나 볼넷 3개를 골랐다. 잘 치고, 멀리 치고, 잘 본다. 수비도 좋고, 발도 된다. '5툴'이다.
절친한 동생의 활약이 기뻤다. 그러나 자존심이 상할 법도 했다. 이정후가 홈런을 치고 하루 뒤 김하성도 큼지막한 아치를 그렸다. 질 수 없는 법이다. 지난해 17홈런 38도루 타자다. 수비는 이미 최상이다. '툴'로 붙으면 이정후에 뒤질 이유가 없다.
김하성은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치려고 했다. 투아웃 득점권에서 점수를 낼 수 있어 기분 좋다. 현재 타격감도 나쁘지 않다"고 강조했다. "비시즌 열심히 준비했다. 올해 반드시 월드시리즈 간다"고 각오도 다졌다.
이정후도 반색했다. "형이 첫 홈런을 쳐서 나도 너무 기쁘다"며 "샌프란시스코에서 3연전을 하고 난 다음에는 형과 한동안 만나지 않는데 그때까지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는 전 세계에서 모인 슈퍼스타들이 기량을 뽐내는 곳이다. 세계 최고의 리그다. 여기서 KBO리그 출신 김하성과 이정후가 나란히 뛰었다. 심지어 잘했다. 하루 차이로 홈런도 쐈다. 멀티히트에, 타점까지 정신없이 나왔다. 샌프란시스코-샌디에이고전을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나란히 잘하니 팬들도 즐겁다. 연일 김하성-이정후의 활약에 관심을 기울인다. 일단 첫 만남은 마무리됐다. 끝이 아니다. 샌프란시스코와 샌디에이고는 똑같이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소속이다. 또 붙는다. 당장 4월6일부터 8일까지 샌프란시스코에서 3연전이 있다. 이후 순위 경쟁이 치열할 9월에 재회한다. 6경기가 기다리고 있다.  

김동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