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를 ‘지배할’ 줄 알았다. 막상 뚜껑을 여니 ‘기대 이하’ 평가까지 나왔다. 그러나 괴물은 여전히 괴물이다. 류현진(37·한화)이 기어이 100승을 달성했다.

류현진은 30일 대전 SSG전에서 103개의 공을 던지며 6이닝 7안타 2볼넷 1삼진 2실점(1자책)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KBO리그 통산 100승 달성이다.

최고 시속 149㎞ 속구를 뿌렸다. 평균 스피드도 시속 145㎞가 나왔다. 체인지업-커터-커브를 섞었다. 이날도 야수진에서 실책이 나오기는 했다. 공격에서 8점을 뽑으며 확실히 지원했다.

류현진은 2006년 데뷔해 2012년까지 98승을 올렸다. 메이저리그(ML)에 진출하며 11년 세월을 보냈다. 2024시즌 전격 복귀. ‘무조건 1선발’이라 했다.

그럴 만했다. 빅리그에서 10시즌을 소화하며 78승, 평균자책점 3.27을 만든 투수다. 사이영상 투표 2위와 3위에 한 번씩 올랐다. 최정상급 선발로 활약했다.

2022년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았지만, 2023시즌 돌아와 11경기 52이닝, 3승 3패, 평균자책점 3.46을 적으며 건재함을 알렸다. 복귀 2년차인 2024년이 진짜라 했다. 그런 선수가 왔으니 보는 이들이 흥분하지 않을 수 없다.

현실은 살짝 달랐다. LG와 개막전에서 3.2이닝 5실점(2자책)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이후 들쑥날쑥했다. 6이닝 2실점, 6이닝 무실점, 7이닝 3실점 등 잘 던진 경기도 있다. 4.1이닝 9실점, 5이닝 7실점(5자책)으로 무너진 경기 또한 있다.

등판 때마다 야수진 실책이 나오는 등 지원이 아쉬웠다. 자연스럽게 승수도 쌓이지 않았다. 2승만 더하면 통산 100승인데, 첫 승이 네 번째 등판인 4월11일 두산전에서 나왔다. 다시 세 경기 만에 100번째 승리를 채웠다.

‘천하의 류현진도 나이를 먹었다’고 했다. 타순이 세 바퀴째 돌아오면 난타당하는 경향이 보였다. 최원호 감독도 “투구수가 많아졌을 때 적응이 좀 덜 된 느낌”이라 했다. 일각에서는 ‘변화구 구위가 예전만 못하다’고 했다.

계약이 늦었다.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상태로 시즌에 돌입했다. ‘티’가 났다. 이제는 다르다. 처음으로 100구를 소화했다. 애를 먹던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도 어느 정도 적응한 듯하다.

평균자책점이 5.21로 높기는 하다. 그러나 4월초 8.36에서 시작해 여기까지 내려왔다. 좋아지고 있음을 방증하는 수치다. 구위가 마냥 나쁜 것도 아니다. 구종별로 허용한 OPS(출루율+장타율)를 보면, 포심 0.573-체인지업-0.637-커브 0.616이다. 힘이 있다.

시즌 허용 OPS 0.663으로 리그 규정이닝 투수 가운데 6위다. 팀 내에서는 1위. 탈삼진/볼넷 비율도 2.46으로 괜찮다. 9이닝당 홈런은 0.24개에 불과하다. 리그 전체 2위다.

모든 지표가 다 좋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여전히 위력적인 피칭이 나온다. 괜히 ‘괴물’이 아니다. 은근히 신경 쓰였던 100승도 달성했다. 몸 상태도 올라왔다. 이제 잘할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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