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마크 롱런' 바란다면 초심 되찾아야
꿈꾸던 태극마크를 올해 단 주민규(34·울산HD)는 역대 A대표팀 최초 발탁(33세 333일), A매치 데뷔(33세 343일), 데뷔골 역대 2위(34세54일) 등 '최고령' 역사를 썼다. 한국 축구계 '만추가경(晩秋佳景)'의 아이콘으로 거듭났다.
주민규는 지난 6월 스포츠서울 창간 39주년 인터뷰 당시 3월 중국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른 월드컵 2차 예선의 6만 함성을 떠올린 뒤 "감정이 (리그와) 다르더라. '이래서 대표팀에 오려는구나'라는 것을 느꼈다"면서 "마흔 살까지 축구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축구에 대한 애정과 더불어 '태극마크 롱런' 의지를 직ㄱ간접적으로 표현했다. 내달부터 시행하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은 물론, 2년 뒤 본선 무대까지 마음에 품고 있다.
그런 주민규가 리더의 책임 의식은 물론, 태극마크의 자격까지 의심하게 할 수준의 보복성 플레이로 빈축을 샀다. 18일 수원FC와 K리그1 27라운드 홈경기다. 주장 완장을 차고 최전방 선발 공격수로 뛴 그는 전반 38분 상대 페널티박스 부근에서 자신을 마크한 이재원의 얼굴을 향해 팔꿈치를 강하게 내리쳤다. 주심은 비디오 판독을 거쳐 다이렉트 퇴장 명령을 내렸다.
그는 초반부터 강한 견제에 신경이 곤두선 상태였다. 퇴장 상황도 앞서 중원에서 이재원과 한 차례 신경전을 벌인 뒤 감정 제어를 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다. 상대가 아무리 거칠게 몰아세웠다고 해도 팀의 간판 골잡이는 숙명과 같은 일이다. 수비수가 상대 공격수의 평정심을 잃게 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거친 플레이를 펼치기도 한다. 주민규도 잘 안다. 이제까지 특유의 냉정함과 인내심으로 극복하고 두 차례 득점왕(2021.2023)을 해냈다.
수적 열세에 몰린 울산은 고전했고 손준호, 안데르손에게 연속 실점하며 1-2로 졌다. 승점 45(3위)로 제자리걸음, 선두 강원FC(승점 50)와 승점 차가 5로 벌어지면서 리그 3연패 도전에 적신호가 켜졌다. 주민규가 프로 커리어에서 다이렉트 퇴장한 건 처음이다. 더구나 그답지 않은 보복성 플레이로 물러난 만큼 구단 관계자, 팬에게도 커다란 충격을 안겼다. 울산 관계자는 "직접 보고도 믿기 어려웠다. 그런 성향의 선수가 아닌데…"라고 말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김판곤 신임 감독 체제에서 이제 2경기를 치렀다. 이전까지 성숙한 모습을 보인 그가 새 사령탑 밑에서 경솔하게 행동하면 오해의 시선을 안을 수도 있다. 팀은 우승 경쟁 중이기도 하다.
김용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