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더보이즈의 상표권을 두고 현 소속사 IST엔터테인먼트(이하 IST)와 새 소속사 원헌드레드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2017년 12월 데뷔한 더보이즈는 멤버 11명 모두 IST와 계약만료 후 래퍼 MC몽이 이끄는 원헌드레드로 이적할 예정이다. IST는 더보이즈 멤버들에게 상표권을 무상 사용할 수 있도록 권리를 제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자동 연장되는 계약 형태로 상표권 사용 권리와 관련해 합의서를 작성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합의 내용에는 저작권과 마스터권 등이 있다.
원헌드레드는 IST가 ‘무리한 조건’을 걸었다며 협상이 결렬되면 새로운 팀명을 쓰겠다고 맞섰다.
지난 4일 더보이즈의 새 소속사 원헌드레드는 입장문을 내고 “원헌드레드에서는 아티스트들이 7년간 지켜온 상표권을 IST 측의 무리한 협상 조건으로 인해 받아들일 수가 없게 됐다”고 알렸다.
협상 결렬을 예상한 듯, 원헌드레드는 IST와 협의 불발 가능성을 염두해두고 ‘더보이스’(The Boys) ‘더뉴보이즈’(The New Boyz) ‘티엔비지’(TNBZ) 등 상표권을 출원하기도 했다.
그러자 더보이즈의 현 소속사 IST가 즉각 반박하는 입장을 내놨다. IST는 “당사는 ‘더보이즈 멤버 11인’ 전원에게 상표권 무상 사용 권리를 제공키로 하고, 이미 그 뜻을 멤버들에게 전달했다”며 “과도한 상표권 값을 요구했다든가, 새 회사에 통상적 수준을 넘어서는 요구를 했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 아직 전속계약이 6개월가량 남은 멤버에 대해서도 새 기획사 활동을 지지하는 마음으로 전속계약을 조기 종료키로 했다”며 반박했다.
원헌드레드는 5일 2차 입장문을 발표하고 “지난 4일 IST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전해온 협의안의 3가지 조건 중 2가지가 아티스트 입장에서 불리한 조건이었다”며 멤버들에게 무상으로 더보이즈 상표 사용권을 줬다는 IST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최근 가요계에는 기획사가 가수에게 상표권을 양도하는 분위기로 번지고 있다. 소속사와 원만한 합의와 양도로 그룹명을 지키고 활동하게 된 인피니트, 비투비, 비스트, 갓세븐 등이 그 예다. 멤버 개인 혹은 다수가 설립한 회사에서 기존의 팀명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회사가 상표권을 소유하고 있다고 해도 멤버 모두가 회사를 떠날 경우 껍데기만 가진 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그럴 바에는 일정 대가를 받고 실리를 챙기거나 통 크게 상표권을 넘겨주면서 긍정적인 이미지를 쌓는 게 더 득이 된다는 판단이 양도하는 사례가 많아지는 이유로 꼽힌다.
그러나 더보이즈는 민감한 사안들이 있다. 더보이즈는 독립적인 회사를 차리거나, 멤버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그룹 활동은 원 소속사에서 함께하는 것이 아닌 IST에서 업계 ‘경쟁사’인 원헌드레드로 이적하게 된 점에 차이가 있다. IST 입장에선 자신들이 데뷔부터 오랜시간 공들인 IP(지적재산권)를 뺏기는 것이기 때문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IST가 상표권 협상에 원헌드레드에 수십억을 요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구보 및 콘텐츠 수익 정산, 음원 및 콘텐츠 리마스터, 리메이크 금지, 마스터권의 영구적인 보장 등을 환산하면 IST가 멤버들에게 상표권 자체는 무상으로 양도하더라도 향후 발생되는 더보이즈의 수익의 일부분을 지속적으로 받겠다는 게 무리한 요구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상표권은 단순히 팀명만 의미하지 않는다. 상표권은 등록상표를 지정상품에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다. 팀명은 물론, 장시간 팀과 호흡한 팬덤명, 콘서트 브랜드, 멤버들의 IP를 활용한 MD 제작 등 다양한 상표권은 이미 K팝 기획사의 무형의 자산으로 자리잡았다. K팝 기획사들에게 상표권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더보이즈가 떠나면서 IST에는 에이핑크, 위클리 등만 남게 됐다. 그중 에이핑크는 IST에서 그룹 활동만 함께한다. 쉽게 말해 팬덤 규모가 커 고정 수익을 발생시켰던 ‘캐시카우’인 더보이즈가 사라지면서 IST로서는 위기감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불안감은 원헌드레드가 주장하는 IST의 ‘과도한 조건’이란 결과로 나타났을 확률이 높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표준계약서에도 팀명을 이전하려면 적절한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됐지만, 그 기준이 애매하기 때문에 마찰이 발생하곤 한다”며 “합의가 불발되면 결국 양쪽 다 손해다. 원만한 합의를 위해 양측이 한발짝씩 물러설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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