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적 비상계엄사태로 촉발한 탄핵정국이 애먼 곳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 이른바 ‘사상검증’이 연예계를 뒤덮기 시작해 사회적 이슈로 확산할 위기에 처했다.

현재 표적이 된 스타는 임영웅이다. 임영웅은 지난 7일 자신의 SNS에 반려견의 생일 축하 게시물을 올리며 환하게 웃는 사진을 올렸는데 이게 화근이 됐다. 이를 본 한 누리꾼이 “이 시국에 뭐하냐. 목소리 내주는 건 바라지도 않지만 정말 무신경하네”라고 DM(다이렉트 메시지)을 보내자, 임영웅은 “제가 정치인인가요. 목소리를 왜 내요”라며 받아쳤다.

이 짤막한 DM은 가수 이승환이나 박혜경 등 일부 연예인이 위헌적 권한을 휘두른 정부를 성토하는 게시물을 올린 것과 비교돼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임영웅은 나흘째 침묵 중이고, 진위여부를 떠나 캡처한 사진 등이 보도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차은우도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진행되던 시간에 자신이 앰버서더로 활동하는 브랜드 협찬 화보를 올렸다 뭇매를 맞았다. 사진이 올라오자마자 “이 시국에 제정신이냐” 등의 악플이 달렸다.

다른 연예인들도 예외가 아니다. ‘국민MC’ 유재석에게도 “비상계엄 선포에도 침묵하는 분이 국민MC라고 불릴 자격이 되느냐”라는 비난이 꽂혔다.

지난 7일 봉준호 감독 등 ‘영화인 일동’ 명의로 2518명의 윤석열 퇴진 요구 성명이 나온 뒤 이름을 올리지 않은 배우들에 대한 ‘검열’도 이뤄졌다.

특히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 송강호, 6월 항쟁을 소재로 한 ‘1987’ 하정우, 12.12 군사반란 사태를 다룬 ‘서울의 봄’ 황정민 등 시대극에 출연했던 배우들의 침묵에 분노하고 있다.

배우 한소희, 뉴진스 해린, 전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 등은 한 뷰티 브랜드 포토월 행사에 참석했다는 것만으로 비난 여론이 쏟아졌다. SNS에 일상 사진만 올려도 욕을 먹는 형국이다.

반면 탄핵 정국에 대한 소신 발언과 촛불집회 참여를 독려하는 스타들은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호감도를 높이고 있다.

정치적 입장을 밝힌 연예인들의 소신과 용기에 박수를 쳐줄 순 있지만, 그렇다고 침묵을 택한 연예인들에게 비난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우리에게 있을까. 생업을 작파하고 정치적 신념을 드러내는 게 ‘탄핵정국 속 연예인들의 의무’는 아니다.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는 건 지극히 개인의 영역이다. 누구도 강요해서도, 할 수도 없는 일이다. 탄핵을 촉구하는 시민에게 음료나 핫팩, 응원봉 등을 전하는 ‘스타’가 있는 반면, 조용히 자신의 자리에서 업무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는 ‘스타’도 있다. 이런 현상 또한 민주주의 국가여서 가능한 일이다.

한 연예 기획사 관계자는 “어느 쪽이든 소속 연예인이 정치적 발언으로 볼 수 있는 입장을 표명하는 걸 좋아하는 기획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혼란스러운 정국에 목소리를 내는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도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스타들은 그 목소리로 인해 필연적으로 반대편에 선 팬들에게 미움을 살 수밖에 없다. 이는 공연이나 차기작을 앞둔 이들, 임영웅이나 유재석 같이 국민적인 지지를 받는 스타의 경우 더더욱 조심스러울 거다. 임영웅의 답변이 경솔했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표현을 강요하고 사상을 검증하는 질문, 그 자체가 폭력이 될 수 있다”라고 생각을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배우 A씨는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으로서 마땅한 책무라고 보는 시선도 이해한다. 혼란스러운 정국에 영향력 있는 이들의 한마디가 불러오는 나비효과가 상당하기 때문”이라면서도 “연예인은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자유로운 발언을 하기 조심스럽다. 촛불 집회에 나갔지만 SNS에 올리지 않는 주변 동료들도 많다. 그런데 지금처럼 입장을 강요받는 분위기는 오히려 이런 행동을 더 위축시킨다”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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