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장(KFA) 선거가 ‘격랑’에 빠졌다.

8일에 열릴 예정이던 제55대 축구협회장 선거는 허정무 후보가 낸 회장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전날 법원이 인용하며 제동이 걸렸다.

서울중앙지법은 판결문을 통해 “중대한 절차적 위법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KFA는 선거를 관리·운영하는 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된 사람이 누구인지 공개하지 않아 선거일 무렵까지 위원회가 정관 및 선거관리규정에 부합하게 구성된 것인지 확인할 수 없다. 선거가 치러질 경우 효력에 관해 후속 분쟁을 촉발할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선거인단이 194명에서 개인정보동의서 미제출로 인해 173명으로 줄어든 것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법원은 “선거인을 보충하려는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은 채 선거인 명부를 작성, 확정했다. 투명성과 공정성이 확인되지 않은 추첨을 했다. 21명의 투표수는 3명의 후보가 출마한 만큼 결선투표에 올라갈 후보자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선거인단 추첨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가처분이 인용된 후 KFA는 기존 개인 정보동의서 미제출로 제외된 21명만 다시 복귀시키는 방안을 먼저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각 후보 캠프에 12일에 다시 선거를 치르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허 후보와 신문선 후보 측은 이를 여론 악화를 우려한 꼼수로 해석해 반대 의견을 냈다. 선거운영위 구성부터 다시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또다른 변수는 있다.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한 허 후보는 1955년 1월 13일생이다. 후보자는 선거일 당일 만 70세 미만이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선거가 연기되면서 출마 자체가 어렵다는 우려가 따른다. 다만 귀책 사유는 허 후보가 아닌 KFA에 있다. 허 후보도 이런 점을 고려해 “보존 신청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만약 출마가 어려울 땐 “KFA를 잘 이끌 좋은 후배를 내세우고 징검다리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선거 중단 사태에 K리그 구단도 피해를 봤다. 선거운영위는 국내는 물론 투표에 참여하기로 한 해외 전지훈련 중인 선수와 감독에게 교통비를 지급하기로 했다. 선거인단에 포함된 몇몇 구단 감독과 선수들은 팀 일정에 맞추지 않고 투표한 뒤 전지훈련지로 뒤늦게 떠나는 계획을 잡았다. 그래서 구단 출발일에 맞추지 못하고 따로 전지훈련지에 향하는 인원이 발생했다.

반대로 동계전지훈련지에서 투표에 참여하고자 한 선수는 더욱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선거인단에 포함된 A구단 외국인 B 선수는 동계전지 훈련에 참여하다가 투표를 위해 전날인 7일 귀국했다. 그러나 귀국 직후 선거 취소 소식을 접한 뒤 늦은 오후 비행기로 다시 전훈지를 향했다. K리그 개막이 당겨져 전지훈련 기간도 짧아진 만큼 구단, 선수로서는 허탈한 마음이 들만하다. 체력·정신적으로도 피해를 본 것이어서 KFA를 향한 비판 목소리가 지속하고 있다. beom2@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