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앨범 판매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
K팝의 세계적 인기와 함께 9년 연속 성장세를 기록, 2023년 1억 장의 고지까지 찍었던 음반 판매량이 지난해 10년 만에 역성장을 맞았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가 운영하는 써클차트에 따르면 지난해 첫 주부터 50주까지 1~400위 앨범의 누적 판매량은 9267만 장으로 같은 기간 1억1517만 장이었던 2023년에 비해 19.5% 감소했다.
연간 300만 장 이상 판매한 아티스트도 2023년 11팀에서 지난해 7팀으로 줄었다. 4대 기획사의 지난해 앨범 판매량은 전년 대비 27% 감소한 6286만장으로, 회사별로 하이브 24%, JYP 27%, SM 26%, YG 58%로 각각 감소했다. K팝 가수 중 높은 음반 판매량을 자랑하는 세븐틴도 2023년 1600만 장에서 지난해엔 896만 장에 그쳤고, 스트레이 키즈 역시 1087만 장에서 588만 장으로 급감했다.
음반 수출액 하락의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여러 가지가 언급되고 있지만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중국에서의 앨범 구매력 약화다. 일본에 이어 음반 수출국 2위였던 중국은 2023년 하반기부터 중국의 공동구매 물량이 급감하면서 K팝 그룹의 음반 초동(발매 직후 일주일간 판매량) 기록 감소로 이어졌다.
실제 중국 수출 물량만 놓고 보면 2022년 5133만달러(759억원)에서 2023년 3399만달러(502억원)로 3분의 1이 감소했다. 이 감소세는 지난해까지 이어졌다.
이에 일각에선 K팝 시장이 하락세에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기우라는 시선도 많다. 한중 관계 개선으로 K팝의 중국 본토 진출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인 신호다.
중국은 지난 2016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한류 콘텐츠 금지령, 이른바 한한령(한류 제한령)을 발령하면서 K팝 스타들의 중국 현지 활동은 사실상 막혔다.
그러나 최근 가요계엔 이들의 중국 활동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부쩍 고조됐다. 한국 인디 싱어송라이터 검정치마는 지난해 10월에 이어 올해 1월 1일까지 중국 본토에서 콘서트를 열어 화제를 모았다. 한국 대중음악 가수가 중국에서 공연을 연 것은 무려 8년 만이다. 이 외에도 뉴진스와 씨엔블루 정용화가 지난해 중국 베이징에서 팬사인회를 열었다. 이에 중국 당국이 한국 문화 제한 조치를 푸는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주요 엔터사들도 중국 본토에 침투하고 있다. SM과 JYP가 주요 주주로 있는 팬 플랫폼 디어유는 중국 텐센트와 손잡고 중국 본토에서 버블 서비스를 론칭, 한한령 여파로 막혀 있던 중국 시장의 활로를 되찾으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텐센트 뮤직 엔터테인먼트는 ‘QQ 뮤직’, ‘쿠거우 뮤직’ 등 중국의 대표 음원 플랫폼을 운영하는 업체다. 한한령을 거치면서 살아남은 두터운 중국 팬층을 기반으로 국내 엔터 업계의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중국이 빗장을 푼다면 공연과 앨범 수익도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다만 여러 차례 한한령 해제 기대감으로 공연을 준비했다가 무산된 바 있어 낙관하긴 이르다. 또 북미와 유럽, 중동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지속적으로 낮춰왔다.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의 복귀가 예정된 올해는 다시 1억 장을 넘어설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고 말했다. jayee212@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