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렌트퍼드전 예리한 코너킥
'바나나킥'으로 자책골 유발
'1% 확률을 가능하게 하는 힘.' 바로 손흥민(33ㄱ토트넘)의 오른발이다.
손흥민의 '오른발 코너킥'이 토트넘의 새 무기로 거듭났다. 그는 2일 영국 브렌트퍼드 지테크 커뮤니티 스타디움에서 끝난 2024~2025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4라운드 브렌트퍼드와 원정 경기에서 0-0으로 맞선 전반 28분 코너킥 키커로 나서 예리한 오른발 킥으로 상대 수비수 비탈리 야넬트의 자책골을 끌어냈다. 강한 임팩트와 더불어 활처럼 휘어들어 간 공에 야넬트는 동료 골키퍼와 당황해하며 위치를 제대로 잡지 못했다. 야넬트 등에 맞고 골문을 갈랐다.
손흥민은 지난해 12월20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카라바오컵 8강전에서도 골문으로 강하게 휘어 들어가는 묘기 같은 킥으로 '코너킥 득점'에 성공한 적이 있다. 당시 토트넘이 4-3 승리를 거두면서 손흥민의 득점은 결승골이 됐다.
브렌트퍼드전에서도 똑 닮은 킥이었다. 비록 상대 자책골로 기록됐지만 토트넘이 2-0 승리를 거두는 데 역시 결승골로 이어졌다.
축구에서 코너킥 득점의 '기대 득점값(xGㄱ슛 순간 골대와 거리, 각도, 상대 수비수 숫자 등 다양한 상황을 인공지능이 계산해 매긴 값)'은 1% 미만으로 나온다. 간간이 골문에서 원바운드해 행운의 득점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으나 직접 휘어들어 가는 건 쉽지 않다. 과거서부터 '바나나킥'으로 불리는 이 슛을 손흥민은 지속하고 있다. 이날 후반에도 코너킥 때 손흥민이 오른발로 감아 찬 킥이 골문을 위협했다.
코너킥이 슛으로 거듭나면 상대 수비로서는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프리킥과 비교해서 코너킥은 세트피스 전술에 한계가 따른다. 코너 플래그 부근에서 나오는 공을 제어하면 되기 때문이다. 손흥민처럼 정확하게 감아 차 슛처럼 골문을 향하면 변수가 커진다. 상대 골키퍼부터 위치 선정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고, 다른 선수 동선을 체크하기에 바쁜 수비수도 골문을 의식하게 된다.
손흥민은 빅리그에서 활약하며 '손흥민 존(Zone)'으로 불리는 페널티박스 좌,우 모서리에서 예리하게 감아 차는 슛으로 많은 득점을 했다. 트레이드 마크였다. 여기에 근래 들어 대표팀을 오가며 프리킥으로 여러 골을 잡아내더니 코너킥까지 무기로 만들 태세다. 당장 국가대표팀에도 커다란 도움이 될 전망이다. 손흥민은 이날 골은 없었지만 자책골 유도를 비롯해 베테랑의 힘을 보였다. 이전까지 7경기 연속 리그 무승(1무6패)에 그친 토트넘은 브렌트퍼드 압박에 고전했다. 그러나 손흥민의 코너킥 한 방으로 흐름을 뒤집었다.
후반에도 토트넘이 수세에 몰렸는데, 손흥민은 후반 41분 역습 기회에서 파페 사르에게 절묘한 침투 패스를 넣어 추가골을 만들어냈다. 리그 7호 도움(6골)을 기록했다. 직전 엘프스보리와 유로파리그 경기(3-0 승)에서도 전반 45분만 뛰고도 신들린 드리블 쇼로 호평받은 손흥민은 2경기 연속 공격의 막힌 혈을 뚫는 구실을 해내면서 토트넘의 반전을 이끌었다. 덕분에 토트넘은 최근 부진을 딛고 공식전 2경기 무실점 승리를 거뒀다.
김용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