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 뒤에도 그늘이 있다.
연예계에서 연이은 비극이 발생하며, 스타들의 정신적·육체적 고통이 재조명되고 있다. 화려한 삶 뒤에 따르는 중압감. 이제 그 이면을 직시해야 할 때다.
‘K팝 대표 아티스트’ 제니가 연습생 시절부터 스타가 된 이후 겪은 사례가 주목되는 이유다. 제니는 최근 작곡가 정재형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블랙핑크 멤버이자 솔로 아티스트로 활동하며 전 세계적 인기를 누리고 있으나, 그 과정에서 겪은 정신적 부담과 번아웃, 외로움을 언급했다.
지금은 ‘K팝 여왕’으로 불리지만, 제니는 인기만큼 각종 논란에도 휘말려왔다. 열애설부터 실내 흡연 논란, 솔로 활동 후에는 노출 논란과 절친 손절 루머까지 끊임없이 화제의 중심에 섰다.
제니는 “많은 사람들이 ‘제니처럼 살아보고 싶다’고 한다”고 정재형이 말하자 즉각 “진짜 아닐 걸요”라고 답했다. 이어 “전 이번 생만 하고 싶다”고 고백하며 “감수해야 할 게 많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제니는 열다섯 살에 연습생 생활을 시작하고, 스물한 살에 블랙핑크로 데뷔했다. 자신을 충분히 성찰할 시간을 갖지 못한 채 어린 나이에 사회로 나온 것이다. 제니는 “너무 일찍 일을 시작하면서 내가 어떤 게 좋고, 싫은지를 모르고 일을 하다보니까 힘들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강도 높은 스케줄 속에서 정신적·육체적 피로가 누적되면서 번아웃도 겪었다. “3주를 런던, 파리, 미국 일정까지 소화해야 했는데 그때쯤 번아웃이 왔다”는 제니는 “블랙핑크 활동할 때는 말도 안되게 바빴던 적이 많다”고 털어놨다.
6년간 경쟁 속에서 살아온 연습생 시절은 제니의 자아 형성과 정신 건강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데뷔조에 오르기 위해 겪어야 하는 경쟁에 대해 제니는 “연습생 평가도 잔인했지만, 단순히 점수를 매기는 게 아니다. 평가가 끝날 때마다 연습생 친구들이 떠났다”며 “그 나이 때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제니는 “어릴 때는 사랑을 많이 받고, 많이 주는 것을 배워야 하는데, 경쟁이지 않느냐. ‘저 친구가 (집에) 안 가면 내가 가야 돼’ 이런 마음이 생기면서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갇히게 됐다”고 했다. 이어 “너무나도 데뷔하고 싶은 마음에 친한 친구들이 떠나는 게 슬프면서도, 눈물을 닦고 바로 연습을 해내야 했다”고 토로한 제니다.
데뷔를 향한 열망이 제니를 블랙핑크로 이끌었지만, 열정 뒤에는 벼랑 끝에 선 심정도 있었다. ‘난 무조건 데뷔를 할 거야’라는 마음이었다는 것. 제니는 “내가 잘했기 때문이 아니라 ‘내 길은 이거 하나뿐’이라고 생각했다”며 “학교도 자퇴하고 연습생 생활을 했기 때문에 ‘난 어떻게든 데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속내였다.
K팝이 전 세계적 인기를 얻을수록 어린 연습생을 대상으로 한 K팝 육성 시스템의 문제점도 꾸준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과거 영국 가디언은 K팝 아이돌이 겪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심층 분석하며, 한국 사회의 치열한 경쟁 문화가 K팝 육성 시스템에 그대로 투영됐다고 지적했다. roku@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