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디션은 우승은 커다란 업적이다. 짙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MBN ‘현역가왕2’ 우승자 박서진에겐 달랐다. 무대 위 박수갈채보다 먼저 도착한 건 날 선 시선이었다. 오디션 프로그램 중도 투입에 따른 형평성 논란 때문이다.
박서진은 이번 시즌에서 기존 참가자들과는 다른 조건으로 무대에 올랐다. 이미 경연 구도가 어느 정도 형성된 상황에서 합류했다. 시청자들 사이에선 ‘공정한 출발선’이 훼손됐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박서진은 최근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시청자 입장에서 충분히 그렇게 보일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나쁜 의도는 아니었지만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열심히 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출연을 결정한 배경에는 일본 진출에 대한 전략적 판단도 있었다. 한국 무대에선 꾸준히 활동해왔고 일본 시장에서 트로트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했다. 새로운 기획 형식이라는 점에서 도전할 만하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박서진은 결과적으로 가왕의 자리에 올랐지만, 꼭 기쁘지만은 않았다고 했다. 가왕 발표 순간에도 부담이 컸다. 박서진은 우승 직후 느낀 복잡한 감정도 솔직히 털어놨다. 이번 경연에 임한 그의 목표는 ‘우승’보다 ‘진정성’에 가까웠다.
박서진은 “노래를 못 한다는 인식이 있었기에 보컬적으로 더 노력했다. 결과에 상관없이 무대를 통해 진심을 보여주고 싶었다. 1위 발표 때 혹시나 내 이름이 나올까봐 조마조마했다. 논란에 대한 질타가 컸기 때문에 굉장히 부담스러웠다. 나쁜 의도로 출연한 게 아니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당시 박서진을 둘러싼 또 하나의 논란은 군 면제 이슈였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입대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실제 20대 초반 정신질환으로 5급 전시근로역 판정을 받았다. 해당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비난이 거셌다.
이에 박서진은 “군 면제를 받았다고 하면 저를 안 좋게 봐주실까봐 두려웠다. 대중의 사랑으로 살아가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저를 어디에서 불러주겠나 하는 무서움이 컸다”며 “논란 이후 저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됐다. 자책도 많이 했다. 비난받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는 언행을 조심하고 인간관계도 더 솔직하게 다가가야겠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방송 활동에서도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KBS 예능 ‘살림하는 남자들2’에 출연하며 일상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에는 가족과 대화를 거의 나누지 못했지만, 방송을 계기로 식사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는 일이 많아졌다고 한다.
박서진은 “예전에는 집에 가도 대화가 많지 않았는데, 지금은 함께 식사도 자주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런 일상적인 소통이 오히려 저를 더 단단하게 해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서진은 논란과 편견 속에서 한 발 물러서기보다는, 오히려 앞으로 나아가는 방식을 택했다. 흔들림없이 노래하겠다는 각오다.
박서진은 “30대가 된 지금, 예전보다 더 많은 걸 생각하게 된다. 트로트뿐 아니라 다양한 음악적 도전을 통해 저 자신을 확장하고 싶다. 단순히 잘 부르는 가수가 아니라, 이야기할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khd998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