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도, 끝도 모두 ‘챔피언’이다.

흥국생명의 김연경(37)은 8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정관장과의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34득점 맹활약하며 팀의 세트스코어 3-2 승리를 이끌었다.

안방에서 열린 1~2차전을 모두 이겼던 흥국생명은 3~4차전을 내줬지만 5차전 승자가 되어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2018~2019시즌 이후 6년 만의 통합 우승이자 통산 다섯 번째 챔프전 우승이기도 하다.

이번 챔프전은 김연경의 은퇴 무대였다. 김연경은 이번시즌을 끝으로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통합 우승은 그의 마지막 ‘미션’이었다.

간절했다. 김연경은 지난 2020~2021시즌 V리그 복귀 후 단 한 번도 챔피언 타이틀을 얻지 못했다. 당시 준우승에 그쳤고, 2022~2023, 2023~2024시즌에도 챔프전에서 패했다. 특히 2년 전에는 한국도로공사와의 맞대결에서 먼저 1~2차전을 잡고도 내리 세 경기에서 패해 충격적인 결과를 얻기도 했다. 최고의 선수인 김연경 입장에서는 팀 성적이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유난히 트로피와 인연이 없었지만, 이번시즌은 달랐다. 김연경은 스스로 흥국생명의 챔피언 등극을 이끌었다. 1~5차전에서 김연경은 133득점을 기록하는 괴력을 선보였다. 1차전 16득점, 2차전 22득점, 3차전 29득점, 4차전 32득점으로 경기를 치를수록 득점력이 향상했다. 30대 후반의 노장이지만 매 경기 코트에서 가장 뛰어난 경기력을 유지했다.

강행군이었다. 무릎이 좋지 않은 김연경은 1~5차전을 이틀 간격으로 소화했다. 상대가 더 힘든 상황이었지만 김연경의 나이를 고려할 때 경기 내내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이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었다. 상대인 정관장의 고희진 감독은 경기가 끝날 때마다 “김연경은 정말 대단한 선수”라며 극찬했다.

김연경은 2005~2006시즌 신인으로 화려하게 등장했다. 신인선수상과 정규리그, 챔프전 MVP, 득점상, 서브상 등을 휩쓸었다. 그렇게 그는 20년간 한국 배구를 지탱하는 기둥이자 아이콘으로 활약했다. 19년 전 챔피언에 올랐던 것처럼, 37세가 된 김연경은 여전히 정상에 있었다.

이번시즌 김연경은 정규리그에서 585득점을 기록했다. 여전한 공격력에 리시브, 수비 능력을 발휘하며 흥국생명의 정규리그 1위 등극을 이끌었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통합 우승까지 기어이 해냈다.

여전히 우월한 기량을 자랑하지만 김연경은 이번시즌을 끝으로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흥국생명도, V리그 전체도 김연경의 은퇴를 아쉬워했지만 그는 정상에서 떠나기를 원했다.

김연경은 명성과 업적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퇴장했다. 우승하지 않아도 김연경은 충분히 위대한 선수이지만, 슈퍼스타인 그는 가장 화려하게 코트를 떠났다. 결코 조연이 될 수 없다는 듯 기어이 최후의 승자가 됐다.

한국 배구는 김연경에 빚을 졌다. V리그 출범 초기 김연경의 등장으로 큰 관심을 받았고, 2021년 도쿄올림픽 4강 이후 여자부의 인기는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덕분에 관중석은 가득 찼고, 선수들은 더 많은 연봉을 받게 됐다. 배구를 넘어 스포츠의 아이콘이었던 김연경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준우승에 머문 아쉬움을 뒤로하고 정관장 선수들은 ‘함께해서 영광이었습니다. 김연경 선수의 앞날을 정관장이 응원하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을 걸어 축하를 보냈다. 고 감독도 “흥국생명 우승을 축하한다. 김연경의 우승도 축하한다. 마지막 5세트에 김연경이 몸을 던져 수비했다. 그 디그가 우승을 만들었다. 대단했다”라며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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