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도경완 선배처럼 못 산다. 누군가의 서브로는 못 산다”
지난 24일 방송된 KBS2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이하 ‘사당귀’)에서 동료 아나운서 엄지인과 함께 결혼 정보 업체에 방문한 김진웅의 발언이다.
논란은 장윤정이 개인 SNS에 글을 올리며 시작됐다. 방송 직후 장윤정은 “친분도 없는데 허허. 상대가 웃지 못하는 말이나 행동은 농담이나 장난으로 포장될 수 없다. 가족 사이에 서브는 없다”며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다.
논란이 커지자 김진웅 아나운서는 SNS 계정에 사과문을 올려 “경솔한 발언으로 도경완, 장윤정 선배님께 심려를 끼쳐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 이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셨을 시청자 분들과 팬분들께도 사과를 전했다”고 밝혔다.
이후 장윤정도 SNS 계정에 추가로 올린 글로 김진웅 아나운서에게 따로 사과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당시 장윤정은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왔다. 제 번호를 수소문해서 연락한다면서 사과의 말을 전해왔다. 사과하는 데 용기가 필요했을 테고 사과를 해오면 그 마음을 생각해서라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긴말하지 않겠다. 앞날에 여유, 행복, 행운이 깃들길 바라겠다”고 전했다.
장윤정의 글이 올라왔지만 논란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25일 KBS 시청자 청원 게시판에는 ‘김진웅 아나운서의 모든 프로그램 하차 및 퇴사 청원’이라는 제목의 청원이 등록됐다.
청원글 작성자는 “저는 수신료를 내는 시청자로서, KBS 아나운서 김진웅씨의 최근 발언과 태도에 대해 깊은 실망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며 “공영방송의 아나운서는 단순히 방송 진행자가 아니라, 국민 앞에서 언행으로 신뢰와 품격을 보여줘야 하는 자리”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진웅 아나운서의 발언은 KBS 아나운서 전체의 품격을 훼손하고, 수신료를 납부하는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라며 “김진웅 아나운서의 모든 프로그램 하차와 KBS 아나운서직 퇴사를 강력히 청원한다”고 했다.
논란 여파로 이날 OTT 플랫폼 웨이브에서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방송분의 다시 보기가 중단됐다. 이에 대해 웨이브는 방송사의 요청에 의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먼저 지적돼야 할 부분은 제작진의 책임이다. 예능 프로그램이 웃음을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장면을 담아내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불쾌감을 줄 수 있는 발언이라면 편집 단계에서 걸러내는 것이 기본이다.
특히 장윤정과 도경완처럼 오랜 시간 동안 ‘부부 이미지’로 대중에게 각인된 인물을 겨냥한 멘트는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해당 발언이 고스란히 방송에 담겼다는 점은 제작진의 관리 소홀을 보여준다. 단순한 아나운서 개인의 실수에 그칠 수 있었던 일을 방송사가 공론의 장으로 확산시킨 결과가 된 셈이다.
결국 이번 사태는 김진웅 아나운서의 경솔한 언행에서 비롯됐지만, 더 큰 문제는 이를 사전에 제어하지 못한 제작 시스템이다.
그렇기에 이번 논란은 개인의 사과로 마무리될 일이 아니라 제작진과 출연자 책임을 공유하며 시스템 전반을 점검해야 하는 과제를 남겼다. 공영방송으로서 시청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제작 과정에 대한 근본적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khd998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