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제 인생 전체를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사건을 통해 더 성숙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겠습니다.”
마약 상습 투약 혐의를 받는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37)이 1심에서 검찰에게 징역 4년을 구형 받았다.
24일 오후 2시 15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유아인과 지인 최씨의 1심 속행 공판을 열었다.
이날 검찰은 피고인 유아인에게 징역 4년과 벌금 200만원, 최씨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유아인은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대마 흡연 및 교사, 증거인멸 교사, 의료법 위반, 사기 등 혐의를 받는다.
2시경 유아인이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법원에 출석했다. 짧게 자른 머리카락에 담담한 표정으로 취재진의 물음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 측은 “피고인은 국내에서 유명 연예인으로서 재력과 직업적 우위를 이용해 의사들을 속이며 약 5억원 상당의 돈을 들여 상습적으로 의료용 불법 마약물을 취득했으며 폐쇄적인 인적 네트워크를 이용해 해외에서 마약을 흡입했다”며 “유명 연예인으로서 단순한 영화배우가 아닌 소신있는 발언을 해왔기에 사회적 책임이 막중한데 증거자료에 의할 때 피고인 유아인과 지인 최씨는 자신들의 사회적 영향력으로 자신의 죄를 덮는데 급급했다.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아인은 사회적 영향력을 이용해 입막음을 시도하고 지인들을 해외 도피시키고 한국의 사법 시스템을 경시했다”며 징역 4년과 벌금 200만원, 최씨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유아인 측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피고인은 우울증 불안장애 등 정신적인 질환과 직업적 특성상 불규칙한 생활로 인한 극심한 수면장애를 겪었다. 수많은 광고와 영화 촬영으로 수일간 잠도 자지 못했고 수면마취를 동반한 짧은 시술 시간동안 조금이나마 피로를 회복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해서 일정 시점 이후에는 수면마취제에 대한 의존성이 발현됐다. 미용시술을 빙자해서 상습으로 수면제를 투약한 것이 아닌 의사들의 전문전인 판단 하에 이뤄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10대부터 영화와 드라마로 탄탄한 커리어를 쌓아왔으나 이번 사건으로 커리어에 큰 상처를 입고 자신을 지지해준 팬들과 업계에서 함께 일해온 사람들을 크게 실망시킨 것에 대해 후회하고 있다. 다시는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하고 있다”면서 “유명 연예인으로서 자신의 영향력으로 여러 사회 문제를 알리고 수익금을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등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며 “피고인들이 다시 사회에 복귀해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선처해달라”고 말했다.
유아인은 최후변론에서 “이 자리에서 사건과 관련한 저의 잘못들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사죄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저의 사건을 통해 상처받고 피해를 입은 가족, 동료, 팬분들에게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죄송하다”며 고개를 떨궜다.
이어 차분한 목소리로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제 인생 전체를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사건을 통해 더 성숙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살아갈 것을 굳게 다짐하고 있다. 따끔한 채찍질과 애정으로 저를 이끌어준 많은 분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다시 한 번 저에게 실망하신 분들 저로 인해 상처받으신 분들 저로 인해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에게 사죄의 말을 전한다”며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결과가 나와도 앞으로 훨씬 더 건강하고 솔직한 모습으로 저를 아껴 주시는 많은 분들에게 보답하고 사회에 더욱 크게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씨는 “수사가 시작되고 재판이 마무리되어 가는 지금까지 하루도 반성하지 않은 적이 없다. 제가 받게 될 처벌을 달게 받고 다시 건강한 사람으로 거듭나서 사회에 이바지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 측은 서증설명서를 통해 프로포폴 등 의료용 마약을 상습투약 했다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내역과 의사들과의 대화 내역, 타인 명의 이용 수면제 처방 및 매수 기록, 대마 소지 및 흡연 교사와 관련 증거, 대마와 코카인 등 마약류 4종 양성 감정결과서, 최씨 명의로 수면제 처방받아 투약했다는 증거 등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유아인 변호인 측은 “사실관계는 바뀌지 않는다. 다만 김모씨(유튜버 헤어몬)와 함께 대마 흡연한 사실은 인정하나 흡연교사는 인정하지 않는다. 김씨가 수사기관과 법원에서 증언한 부분은 악의적으로 왜곡되고 과장된 부분이 있다. 이외에 서증조사 결과에 대해 별다르게 말할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유아인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서 이상징후를 보인 51명을 경찰에 수사 의뢰하면서 덜미가 잡혔다. 간이 검사에서 대마 양성반응이 나온 그는 정밀 검사를 통해 케타민, 코카인 등이 검출됐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유아인을 불구속 기소했다. 유아인은 지난 2020년 9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서울 일대 병원에서 미용 시술을 위한 수면 마취를 받는다며 181차례 의료용 마약류를 투약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투약량은 프로포폴 9635.7mL, 미다졸람 567mg, 케타민 11.5mL, 레미마졸람 200mg 등으로 조사됐다.
또 지난 2021년 5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타인 명의로 44차례에 걸쳐 수면제인 스틸녹스·자낙스 총 1100여정을 불법 처방받아 사들인 혐의도 받는다. 지난해 1월에는 공범 4명과 함께 미국에서 대마를 흡연하고 다른 이에게 흡연을 교사한 혐의도 있다.
유아인의 선고 공판은 9월 3일 진행될 예정이다.jayee212@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