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과 스크린이 우먼파워에 잠식됐다.

요즘 K-콘텐츠를 대변하는 키워드는 ‘워맨스’(우먼과 로맨스를 합성한 신조어)다. 드라마와 영화, 예능을 가리지 않고 여성들의 우정과 유대가 펼쳐진다. 매력적인 여성들의 시너지가 맞물려 신선하면서도 색다른 재미를 안긴다.

대표적인 작품이 SBS ‘굿파트너’와 JTBC ‘낮과 밤이 다른 그녀’(이하 ‘낮밤녀’)다. ‘굿파트너’는 베테랑 스타변호사 차은경(장나라 분)과 열혈 신입변호사 한유리(남지현 분)의 치열한 일상을 담은 드라마다. 이혼 전문 변호사라는 독특한 직업을 앞세워 차가운 차은경과 뜨거운 한유리의 워맨스가 안방을 달구고 있다. 지난 달 20일 방송된 4회는 시청률 13.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현재 가장 인기 있는 드라마로 주목받고 있다.

이정은과 정은지가 한 인물을 표현하면서 ‘이정은지’라는 신조어를 만든 ‘낮밤녀’도 높은 화제성을 보이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노년으로 바뀐 20대 취업준비생과 능력 있는 검사의 로맨스와 함께 의문의 실종 사건을 찾는 스릴러가 담겼다.

독특한 설정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 두 배우의 호연이 겹쳐지면서 꾸준히 입소문을 타고 있다. 최고 시청률은 지난 달 21일 방송된 12회의 9.4%로 10%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넷플릭스에서는 꾸준히 상위권에 랭크되고 있다.

예능도 워맨스도 몰아치고 있다. 수 년전만 해도 남성 중심의 예능 프로그램이 방송가를 장악했던 게 무색하게 여성들을 앞세운 예능이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예능인을 비롯해 배우와 가수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약 중인 스타들이 예능계에서 활약한다는 점에서 의미있다는 평가다.

MZ세대인 이영지, 아이브 안유진, 오마이걸 미미, 방송인 이은지 등이 출연한 tvN ‘뿅뿅 지구오락실2’가 최근까지 상승세 속에서 인기를 끌었으며,배우 염정아, 박준면, 안은진 등이 출연하는 tvN ‘언니네 산지직송’이 바통을 받았다.

한가인과 라미란을 앞세운 tvN‘텐트 밖은 유럽4’는 시청률 5.3% (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모았다. 제작진은 라미란과 이세영, 곽선영, 이주빈을 캐스팅해 새 시즌을 제작할 예정이다.

충무로 역시 워맨스가 몰아칠 준비를 하고 있다. 7일 개봉 예정인 ‘리볼버’에선 전도연과 임지연이 오묘한 관계 속에서 우정과 유대를 드러낸다. 약속된 돈을 받아내기로 결심한 전직 형사 수영(전도연 분)이 무모할 수 있는 여정을 걷는 상황에서 정윤선(임지연 분)이 동행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두 여배우의 시너지가 벌써부터 기대를 모은다.

14일 개봉하는 ‘빅토리’는 시골 학생들의 치어리딩 동아리 탄생기를 그린다. 여고생 필선이 치어리딩에 눈을 떠 새로운 꿈을 가지는 과정을 스크린에 펼쳐낸다. 1984년 거제 고등학교에서 있었던 실화를 1999년으로 변경해 재구성했다.

이외에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자백의 대가’는 당초 송혜교, 한소희 투톱 체제에서 전도연, 김고은으로 배우를 교체해 워맨스를 그릴 전망이다. 이환 감독의 ‘프로젝트Y’는 한소희와 전종서를 내세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그간 K콘텐츠는 브로맨스에 비해 워맨스가 적었다. 과거에는 이른바 ‘여적여’라고 해서 여자의 적을 여자로 간주했었는데, 이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이 많았다”라며 “최근 여성 연대가 신선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