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후 "운동에 전념하고 싶을 뿐… 협회와 상의한 뒤 얘기할 것" 말 아껴
메달리스트 기자회견 불참 논란도 같은 말 반복… '의혹'만 남긴 채 사라져
의혹 투성이다. 명쾌한 답은 안 나왔다. 갑작스러운 태세전환. "대화 후 얘기하겠다"가 전부였다.
안세영(22·삼성생명)이 귀국했다. 결과적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속팀(삼성생명) 관계자가 '납치'하듯 안세영을 빼갔다.
안세영은 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팬들은 "안세영 파이팅"을 외쳤다. 취재진도 수없이 몰렸다. 파리를 떠나면서 "들어가서 다 말씀드리겠다"고 해, 무슨 말을 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안세영은 "일단 드리고 싶은 말씀은, 나는 정말 싸우려고 하는 의도가 아니었다. 운동에만 전념하고 싶은 그런 마음을 호소하고 싶었다. 그런 마음으로, 이해해달라는 마음으로 한 말"이라고 했다.
이어 "이제 막 도착했다. 아직 협회와 얘기한 것도 없고, 소속팀과 상의한 것도 없다. 자세한 내용은 상의한 후에 말씀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코리아하우스 기자회견 불참 논란과 김택규 회장이 불화가 없었다고 설명한 부분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더라. 그것 또한 더 상의해 보고 말씀드리겠다. 이제 막 왔다. 조금 말을 자제하도록 하겠다"고 같은 말을 반복했다.
이때 갑자기 누군가 등장해 안세영을 감싸안고 이동했다. 인터뷰장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소속팀 삼성생명 관계자로 보였다. "비켜주세요"라고 말하며 안세영을 에스코트하며 걸었고, 삼성생명 버스에 올라탔다. 결과적으로 안세영은 대략 3분 정도 마이크 앞에 선 후 떠났다.
허탈함만 남았다. 1996 애틀랜타 대회에서 방수현 이후 28년 만에 나온 올림픽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가 경기 직후 "대표팀과 함께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폭탄발언했다. "아시안게임 당시 내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오진 후 참고 경기했다. 올림픽에 나올 수 없던 부상이었다. 대표팀이 안일하게 생각했다. 많이 실망했다. 잊을 수가 없다"며 맺힌 응어리가 작지 않다는 것을 시사했다.
안세영이 귀국길에 오른 사이 여러 얘기가 나왔다. 올림픽 직전 발목을 다쳤는데, 대표팀 코치진이 쉬쉬하는 분위기로 몰고갔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미 무릎을 부상했을 때 실망감을 느낀 안세영은 자신을 치료하던 한의사를 요청했고, 급하게 치료를 받았다. 협회측도 "선수 요구를 들어줬다. 예산 1500만원을 책정해 집행한 것"이라고 강변했다. 선수가 다쳤으니 빠르게 치료하는 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이 과정에 선수와 협회, 선수와 대표팀 코치진과 갈등은 철저히 가려졌다.
대회 출전 방식 또한 마찬가지다. 안세영은 개인자격으로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방법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 규정 상으로는 불가능하지만, 여지는 있다. 협회 규정에는 '국가대표 은퇴 선수 중 배드민턴 발전에 기여도가 높은 선수에 한해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승인 국제대회에 개인 자격으로 참가 자격을 부여할 수 있다. 국가대표 활동을 5년 이상 한 선수로 여자는 만 27세, 남자는 만 28세 이상인 경우'에 한해 대표팀이 아니어도 국제대회에 나설 수 있다.
8년째 태극마크를 달고 있으니 국가대표 활동 기간은 문제가 안된다. 대신 나이 제한에 걸린다. "법적투쟁을 불사할 수도 있다"는 안세영측 관계자의 전언을 살펴보면, 협회와 대표팀 운영방식에 대한 신뢰가 사라졌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여러 의혹을 남겨둔채 "더 대화한 후 얘기할 기회를 만들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사태가 불거진 뒤 김택규 협회장을 포함한 고위 관계자들은 야반도주하듯 비행기 티켓까지 바꿔 선수단과 따로 입국했다. "선수단 공식 인터뷰는 없으니, 안세영 얘기를 듣고 싶으면 기자들이 직접 불러 들어보라"는 어처구니없는 방안을 던지고 사라졌다.
어쨌든 안세영은 발언 수위를 '톤 다운'했다. 아예 말을 아꼈다. 협회와 대화를 나눌 것으로 보인다. 겨우 스물두 살 어린 선수가 "마음껏 운동하게 해달라"는 읍소를 어른들이 들어는 줄까. 썩 미덥지 않아 보인다.
인천국제공항 | 김동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