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무게 못 견디고 8강 진출 실패
최연소와 23살차… 박수받을 만한 도전
"1년 넘게 달려왔는데 끝나니 홀가분해…
후배들이 미래에 복수해줬으면 좋겠다"
'불혹'의 댄서, '홍텐' 김홍열(40·도봉구청)의 처음이자 마지막 올림픽 무대가 마무리됐다.
김홍열은 1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콩코르드 광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브레이킹 남자 조별리그 C조 3경기 가운데 2개 라운드를 따냈지만 조 3위로 8강 진출에 실패했다.
브레이킹은 이번 대회에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베테랑 김홍열에게도 올림픽 무대가 주는 부담감이 컸다. 그는 1차전에서 레이라우 데미러(네덜란드)에게 라운드 점수 0-2(2-7 3-6)로 패하며 출발했다.
2차전에서 가에탕 알린(프랑스)을 만나 1-1(7-2 4-5)로 비겼다. 제프리 루이스(미국)와 3차전 경기에서 두 라운드를 모두 이겨야 8강을 바라볼 수 있었는데, 1-1(3-6 8-1)로 고배를 마셨다. 총 27표를 얻은 김홍열은 조 2위 데미러(29표)와 큰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따낸 라운드 수에서 2-4로 밀렸다.
조별리그 탈락의 아쉬움에도 김홍열의 '도전'은 충분히 박수받을 만하다. 2000년대 초반부터 무대에 선 그는 '브레이킹계 월드컵'으로 불리는 레드불 비씨원 파이널에서 세 차례나 정상에 오른 살아있는 레전드다. 브레이킹이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엇보다 1984년생인 김홍열은 '불혹'의 댄서다. 한국 선수단은 물론 브레이킹 종목에 출전하는 32명 중 최고령이다. 최연소 비보이인 16세 제프리 던(호주)과 무려 23살 차이가 났다.
4년 뒤에 열리는 다음 LA 대회에 브레이킹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2032년에 열리는 브리즈번 대회에서 브레이킹이 다시 채택된다고 해도 '불혹'인 김홍열이 선수로 출전하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이번 대회가 김홍열의 사실상 처음이자 마지막 올림픽 출전인 셈이다.
그럼에도 그는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았다. "1년 넘게 계속 열심히 노력해서 달려왔는데 이제 자유라는 생각이 든다"고 홀가분한 마음을 얘기한 김홍열은 "후배들이 내가 여기서 당한 걸 다 복수해줬으면 좋겠다"고 미소 지었다.
박준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