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단식 준비했지만 입국장서 해산
주인공인 메달리스트만 '헛걸음'
협조공문 운운하며 책임 떠넘기기
반박문 주고 받은 뒤 '전면전' 양상
역대로 기록될 성과를 내고 돌아왔다. 그런데 어수선하다.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의 갈등 때문이다. 대놓고 밖으로 표출됐다. '대혼란'의 시작일까 우려스럽다.
체육회와 문체부의 대립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서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특히 유인촌 장관과 이기흥 회장의 반목은 이미 유명하다. 모두 '캐릭터'가 강하다. 공개적으로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2024 파리 올림픽으로 잠시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대신 '신경전'은 있었다. 체육회는 금메달 5개-종합 15위를 목표로 잡았다. 문체부는 "너무 보수적으로 잡았다"며 못마땅한 기색이었다.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라는 최상의 성과를 냈다. 역대 단일 대회 최다 금메달 타이 기록을 썼다. 이렇게 잘하고 돌아왔다. 일은 13일 터졌다. '해단식' 때문이다.
문체부는 인천공항 '그레이트홀'에서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정작 체육회는 입국장에서 간단하게 마치고 해산했다. 준비한 해단식장은 빈 의자만 덩그러니 남았다. 미리 귀국한 선수들도 축하를 위해 공항까지 나왔는데 헛걸음이 됐다.
서로 '남 탓'이다. 체육회는 "애초 해단식 장소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1층 입국장'으로 해 공식적으로 협조 공문을 인천국제공항에 요청했다. 선수단 피로와 안전 등을 위해 입국장에서 간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인천공항에 보낸 공문까지 공개했다.
약 3시간 후 문체부가 반박했다. "그레이트홀에 해단식을 준비한 주체는 대한체육회다. 갑자기 입국장으로 바꿨다. 그레이트홀 해단식 준비도 체육회 직원들이 했다"고 강조했다. 행사 준비 사진을 공개했다.
이기흥 회장과 선수단이 귀국했을 때 유인촌 장관이 현장에 나갔다. 이기흥 회장과 포옹까지 했다. 두 사람 모두 밝은 표정이었다. 그러나 뒤에서는 '디스전'이 벌어지고 있다.
일전은 예고된 것과 다름없다. 이미 올림픽 전부터 체육단체 연임 규정과 예산 집행 방식 등을 놓고 붙었다. 유인촌 장관은 "이기흥 회장이 8년 동안 마음대로 했다"고 했다. 이기흥 회장은 "국정농단 세력이 다시 등장했다"고 받았다. 올림픽에서 안세영의 폭탄발언이 나오자 문체부가 조사단을 꾸려 조사에 들어갔다. 이미 올림픽 이전에 대한축구협회도 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다음은 배드민턴이다.
유인촌 장관은 "대한배드민턴협회뿐만 아니라 체육계 전반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고 했다. 아예 '싹' 훑을 기세다. 체육회는 당연히 불편하다. 곪은 것이 터졌다. 올림픽이라는 '명분'이 사라졌다. 싸움만 남은 모양새다.
김동영 기자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