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호는 계속 지켜보고 있지만…아직 (중국 구금 관련해) 무언가 명확하게 돼 있지 않다. 리스크가 조금은 있었다.”

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은 내달 5일 팔레스타인(서울), 10일 오만(무스카트·원정)과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1~2차전을 앞두고 축구대표팀 소집 명단을 발표한 26일 이렇게 말했다. 올여름 K리그1에서 부활 날갯짓을 하는 수비형 미드필더 손준호를 발탁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다.

‘손준호 리스크’는 예견된 사태와 다름이 없다. 그는 중국 슈퍼리그 산둥 타이산 소속이던 지난해 5월 상하이 홍차오 공항을 통해 귀국하려다가 공안에 연행됐다. 형사 구류돼 랴오닝성 차오양 공안국의 조사를 받았다. 비국가공작인원 수뢰 혐의(타인의 재물을 불법 수수한 경우)를 받았는데 때마침 그의 동료가 승부조작에 연루돼 구단은 쑥대밭이 됐다. 손준호 역시 승부조작에 가담 또는 산둥 이적 과정에서 금품 수수 의심을 받았다. 그는 강력하게 부인했다. 무려 10개월여 철창신세를 지다가 지난 3월 풀려나 귀국했다.

국내엔 현지에서 혐의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다만 그는 귀국 이후 중국 구금과 관련해 한 번도 제대로 된 입장을 표명한 적이 없다. 그라운드 복귀를 추진하면서도 해명되지 않은 의혹이 공존했다. 친정팀 전북 현대 복귀가 무산된 것도 관련 리스크가 궤를 같이한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지난 4월 손준호의 결격 사유가 없다면서 정식 선수 등록을 허용했다. 그는 K5리그 건융FC에서 몸을 만든 뒤 친정팀 전북 훈련장에 합류하며 다시 녹색 유니폼을 입는 듯했다. 그러나 구단은 물론 모기업에서 자체 조사를 통해 손준호의 중국 구금 리스크를 우려했고, 막바지 협상이 틀어졌다.

이후 축구인 선배 최순호 단장의 수원FC가 손준호를 품었다. 그는 빠르게 컨디션을 끌어올렸고 지난 18일 울산HD 원정에서 1400일 만에 K리그에서 골 맛을 보기도 했다. 그리고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싶다”며 대표팀 복귀 의지도 밝혔다.

그럼에도 홍 감독은 그를 선택하지 않았다. 그리고 중국 구금 리스크를 언급했다. 오로지 감독과 코치의 판단이었을까. 첫 출항을 앞둔 홍명보호로서는 가뜩이나 취약 포지션이 3선에 손준호만한 자원이 없다. 그럼에도 선택할 수 없었던 건 중국축구협회가 장기간 구금된 손준호에 관한 징계 발표를 앞두면서다. KFA 사정을 잘 아는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이미 손준호와 관련한 일부 내용이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축구협회가 손준호 징계를 국제축구연맹(FIFA)에 통보하면 다른 나라 축구계에도 적용된다. 즉 영구제명 등 높은 수준의 징계가 내려질 경우 선수 생명 최대 위기에 놓일 수 있다.

이런 리스크를 둔 건 손준호의 책임도 있다. 구금 사정과 상황을 가장 잘 아는 건 당사자다. 떳떳하게 그라운드에 서고 태극마크를 달고 싶다면 주요 의혹을 본인이나 대리인을 통해 적절한 시기에 해명하는 게 맞다는 견해가 꾸준히 제기됐다. 침묵이 독이 된 모양새다.

선수 등록을 빠르게 처리한 KFA도 책임이 따른다. 결격 사유가 없다면서도 축구계 구성원에게 손준호와 관련한 핵심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리스크를 키우는 데 일조한 셈이다. 자칫 중국축구협회 징계 내용에 따라 KFA도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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