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로 갈아탄 축구대표팀 새 엔진의 핵심은 측면이다. 범상찮은 ‘뉴페이스’가 가담하면서 주전급 고정화 현상, 풀백 기근 현상 등으로 경쟁 동력이 다소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은 대표팀에 신선한 긴장감이 불어오고 있다.
특히 풀백은 대표팀의 근간이 되는 K리그서부터 경쟁력을 지닌 자원이 이전보다 줄어든 게 사실이다. 현대 축구에서 풀백은 다채로운 역할을 부여받으면서 전술의 꼭짓점 구실을 한다. 그만큼 궂은 일도 한다. 개인 전술과 성실함, 체력 등을 두루 갖춰야 한다. 매력을 지닌 포지션이지만 완성도 높은 선수를 찾기 어렵다. 일부 선수는 부담을 느껴 측면 수비를 맡는 것을 꺼리기도 한다.
대표팀은 장기간 김진수 김태환(이상 전북) 등 베테랑이 풀백의 중심을 이뤘다. 그러나 근래 들어 노쇠화와 잦은 부상에 시달렸다. 단기 처방 뿐 아니라 2년 뒤 북중미 월드컵을 바라보는 만큼 세대 교체가 절실하다. 오른쪽 풀백은 유독 무주공산이다. 지난 6월 박승욱(김천) 황재원(대구) 최준(서울)이 대표팀에 승선해 가능성을 타진한 적이 있다. 다만 전체적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홍명보 체제에서 선택받은 건 강원FC가 K리그1 선두를 달리는 데 핵심 조연으로 뛰는 황문기다. 만 27세에 첫 태극마크를 단 그는 시즌 초반부터 대표팀 오른쪽 풀백까지 책임질 요원으로 평가받았다. 윤정환 감독 지휘 아래 미드필더에서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변신한 그는 리그 최정상급 자원으로 거듭났다. 정교한 크로스로 올 시즌 6개 도움(1골)을 기록 중이다. 기본적으로 많이 뛰고 수비력도 준수하다. 적어도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는 한국이 수세적으로 나서는 팀을 상대해야 하는데 황문기의 공격 재능이 빛을 발휘할 수 있다. 포백에서 풀백, 스리백에서 윙백 모두 유연하게 소화할 수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홍 감독은 설영우(즈베즈다)를 왼쪽 풀백으로 고려 중이다. 울산 시설 동료인 이명재와 책임지는 데 여기에 또다른 새 얼굴 최우진이 합류했다. 최우진은 당장 중용이 아닌 미래 지향적 카드로 볼 수 있다.
수비 지역 뿐 아니라 공격진에 윙포워드에도 이전보다 무게감 있는 새 얼굴이 가세했다. 토트넘행을 확정한 ‘고교생 K리거’ 양민혁(강원)이 선두 주자다.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황희찬(울버햄턴)이 중심을 이루는 2선 측면에서 당장 자리잡는 건 어렵지만 제 색깔이 명확한 차세대 주자다. 속도를 겸비한 유연한 드리블과 골 결정력이 좋다. 단순히 백업 요원으로만 여길 게 아니라 상대 국가에 분석이 덜 된 만큼 대표팀에 새로운 색채를 불어넣을 수 있다.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에 진출해 주전으로 도약한 엄지성(스완지시티)도 마찬가지다. ‘유럽물’을 먹은 기백이 도드라진다. 이들이 기존 유럽파 선배의 부담을 덜어주며 북중미 전망을 더욱더 밝힐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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