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표대로 U-20 월드컵 준우승-MVP 기적 써… 북중미 월드컵 기대감
"홍명보 감독은 우리의 보스" 감싸… '막내형'서 대표팀 중심으로 성장
"목표는 우승이다." 축구대표팀 이강인(24·파리생제르맹)이 6년 전 했던 말이다.
2019년 20세 이하(U-20) 월드컵 출격을 앞두고 이강인은 대회 목표를 '우승'으로 설정했다. 개막 전까지만 해도 현실과는 동떨어진 꿈 같았다. 아무리 변수가 많은 U-20 월드컵이라 해도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에서 결승에도 가본 적이 없는 한국에게는 머나먼 목표처럼 보였다.
헛된 꿈이 아니었다. 이강인은 자기 손으로 대표팀을 결승에 올려놨다. 이강인은 대회 MVP에게 주어지는 '골든 보이'를 차지하며 준우승을 이끌었다. 우승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턱밑까지 가는 기적을 연출했다.
6년이 흘렀다. 이강인은 당시 '막내 형'이라 불렸던 마냥 어린 선수가 아니다. A매치 38경기에 뛰었고, 월드컵 무대까지 밟았다. 클럽 경력만 봐도 스페인 라리가, 프랑스 리그1,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까지 두루 뛰었다. 경험을 쌓을 만큼 쌓은 선수라는 의미다.
나이만 봐도 그렇다. 이강인은 이제 만 24세로 2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당장 6월 소집 엔트리만 봐도 배준호, 양현준, 오현규, 이태석, 이한범, 조현택 등 이강인보다 젊은 선수들이 있다. "어린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고맙다"라는 그의 말이 마냥 어색하게만 들리지 않는 이유다. 실제로 배준호는 "강인이 형은 후배들에게 영감을 주는 선배다. 모범을 보이며 어른스러운 면도 있고, 축구를 하는 것만 봐도 배울 게 많다"라고 말했다.
대표팀 내에서의 비중도 지난 월드컵과 비교하면 전혀 다르다. 당시 이강인은 예선에서 중용 받지 못하다 본선에서 활약했다. 이번엔 다르다. 이번 예선에서 이강인은 출전 시간 3위(1235분), 득점 2위(5골)로 에이스 수식어를 받기에 충분한 존재감을 발휘했다.
성숙한 모습도 눈에 띈다. 이강인은 10일 쿠웨이트와의 최종전을 마친 뒤 "감독님과 대한축구협회를 공격하시는 많은 분이 있다. 우리(선수)도 협회 소속이고, (홍)감독님은 우리의 보스다. 너무 비판만 하시면 선수들에게도 타격이 있다"라며 조직을 감쌌다.
1년 후 월드컵 본선에 가면 이강인의 입지는 더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주장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은 3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체력, 기량 등에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 짐과 책임을 이강인이 분담해야 한다. 6년 전 U-20 대표팀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강인이 완벽하게 주축이 되는 홍명보호의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이강인은 다시 우승을 이야기한다. 그는 "U-20 월드컵 준우승, 그리고 파리생제르맹 소속으로 정말 큰 대회(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며 '뭐든 불가능하지 않다'라는 걸 느꼈다"라며 "남은 1년간 원팀으로 잘 준비해 어릴 적부터 꿈꿔온 월드컵 우승을 이루고 싶다"라고 말했다.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지만 이강인이라면 무언가를 해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정다워 기자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