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배우 오달수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엿새 만에 침묵을 깬 그는 "사실무근"이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그리고 입장 발표가 늦은 이유에 대해 "촬영장을 지키는 게 도리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명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오달수는 엿새 동안 책상 앞에서 시나리오를 보고, 밀린 촬영을 할 때가 아니라 궁금해하는 대중들에게 먼저 입장을 전했어야 했다. 촬영장을 지키는 게 배우의 도리인 것뿐 아니라 논란에 대해 빠르게 대처하는 것 또한 '천만 배우'라 불리는 배우의 책임감이다.

오달수 관련 추문은 지난 15일 배우 조민기의 학내 제자 성추행 관련 보도가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익명 아이디로 피해를 주장하는 댓글이 기사에 게재되며 시작됐다.

해당 댓글은 '이윤택 연출가가 데리고 있던 배우 중 한 명은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지금은 유명한 코믹 연기 조연 배우다. 1990년대 초 부산 가마골소극장에서 반바지를 입고 있던 제 바지 속으로 갑자기 손을 집어넣어 함부로 휘저은 사람이다. 똑바로 쳐다보면서'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논란이 불거지자 해당 글은 삭제됐다.

19일 한 포털사이트에는 익명의 아이디로 오모 배우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는 글이 올라왔고, 연희단거리패 출신의 오모 배우인 오달수는 그 장본인으로 지목됐다. 이 글의 주인공에 대해 일각에서 오달수라는 추측이 이어졌으나 오달수는 수일간 공식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해명 없는 의혹이 계속되자 21일부터는 본격적으로 오달수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거론됐다.

조민기, 조재현, 곽도원 등 타 배우들이 비교적 즉각적인 입장을 내놓는 것과 달리 오달수의 침묵이 길어지면서 논란을 더욱 부추겼다. 개봉과 첫 방송을 앞둔 오달수의 신작 제작진들은 물론 취재진, 그리고 대중까지도 오달수의 침묵을 이해하지 못하며 답답해했다.

마침내 오달수는 논란 이후 약 열흘만, 실명 거론 이후 엿새 만에 입을 열었다. 26일 오달수는 보도자료를 통해 "저를 둘러싸고 제기된 주장은 결코 사실이 아닙니다. 그런 행동은 하지 않았습니다"라며 성추행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이어 "저는 댓글과 그 익명 댓글을 토대로 작성된 기사를 접하는 순간, 참담한 심정으로 1990년대 초반의 삶을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렇게 30년 전, 20대 초반으로 돌아가 차분히 스스로를 돌이켜 보았지만, 그런 행동을 한 적이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입장 발표가 영화 촬영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오달수는 "영화의 촬영 일정이 2월 24일까지 잡혀 있었습니다. 저는 배우로서 얼마 남지 않은 촬영을 마무리 짓는 게 도리이고 촬영장을 지키는 것이 제작진에게 이번 건으로 인해 그나마 누를 덜 끼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오랜 기다림끝에 입장을 밝힌 오달수는 "사실무근"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오달수의 해명을 통해 여론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비난을 쏟았냈던 전과 달리 공감과 지지를 전하는 이들도 상당해졌고 미투 운동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이들도 늘었다.

하지만 오달수의 침묵과 늦장 대응엔 많은 아쉬움이 따랐다. 익명의 글이 올라온지 반나절 만에 "사실무근"이라는 공식입장을 발표하며 논란을 진화한 배우 곽도원의 대처와 비교되며 더욱 그러했다.

만약 곧바로 공식입장을 발표하고 성추문 논란을 진화한 후 영화 촬영에 다시 매진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엉뚱한 소문과 루머가 '믿고 보는', '천만 요정'이란 자신의 타이틀에 오점을 남기는 참담한 상황을 지켜보지 않아도 되었을 테니 말이다. 끝없는 논란 속에서 스타의 침묵은 금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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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ㅣ최승섭기자thunder@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