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의 '몬스터' 류현진(31)이 한국선수로는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포스트 시즌 첫 경기에 선발 등판한다. 어느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카드다.
2014시즌 이후 4년 만에 가을야구 무대에 오른 류현진은 4일 동부지구 우승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우완투수 마이크 폴티네비치와 선발투수 맞대결을 벌인다. 더할 나위 없는 에이스들의 격돌이다.
류현진은 올 시즌 15경기에 선발 등판해 82.1이닝 7승 3패 방어율 1.97을 기록했다. 사타구니 부상으로 5월 초부터 8월 중순까지 3개월 이상을 결장했으나 다저스 선발진에서 가장 낮은 방어율을 기록했다. 6연속시즌 포스트시즌 진출과 지구우승이 걸린 마지막 세 번의 선발 등판에서 3승, 19이닝 1실점으로 진가를 발휘했다. 폴티네비치는 올시즌 31경기 183이닝을 소화하며 13승 10패 방어율 2.85를 기록했다. 선발진의 기둥 구실을 하며 5년 만에 애틀랜타의 포스트 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류현진을 향한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굳건한 믿음과 관리가 필요한 커쇼의 컨디션이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결단의 배경이다. 로버츠 감독은 최근 수차례 류현진을 향해 "빅게임 피처"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정규시즌 막바지 치열한 순위경쟁 속에서 류현진이 호투를 거듭하자 일찌감치 그를 포스트 시즌 선발진에 포함시켰다. 다저스는 정규시즌 마지막 시리즈인 샌프란시스코와의 3연전서 류현진~커쇼~리치 힐로 선발진을 구성했다. 하지만 162번째 경기 후에도 콜로라도와 시즌전적이 동률이 돼 지난 2일 타이브레이커 경기에 임했다. 타이브레이커 경기에선 신예 워커 뷸러를 내세워 승리해 지구우승에 성공했다.
지구우승을 확정지은 순간까지만 해도 커쇼가 4일 쉬고 선발 등판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다저스는 커쇼에게 충분한 휴식을 줘야 정상에 오를 수 있다고 판단했다. MLB닷컴의 다저스 담당 기자 켄 거닉은 이날 "올 시즌 커쇼는 4일 휴식 후 등판에서 방어율 3.21, 9이닝당 탈삼진 7.6개, 볼넷 하나당 탈삼진 3.9개를 기록했다. 반면 5일 이상 휴식 후 등판한 경우에는 방어율 2.48, 9이닝당 탈삼진 9.2개, 볼넷 하나당 탈삼진 6.4개를 올렸다. 커쇼가 지금까지 포스트 시즌에서 여러차례 4일 휴식 후 마운드에 올랐지만 올해 다저스는 커쇼에게 최대한 휴식을 보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다저스가 커쇼 대신 류현진을 1차전 선발로 낙점한 이유를 설명했다.
커쇼는 지난 10번의 포스트 시즌 시리즈 중 8번이나 1차전 선발등판에 임했다. 그만큼 1차전 선발 등판이 갖는 의미는 크다. 1차전 선발투수는 곧 에이스다. 그런데 류현진도 포스트 시즌에서 맹활약한 경험이 있다. 2013시즌 두 차례, 2014시즌 한 차례 포스트 시즌 선발 등판한 류현진은 포스트시즌 통산 성적 3경기 16이닝 1승 방어율 2.81을 기록했다. 유일한 실패는 빅리그 포스트 시즌 데뷔전이었던 2013년 애틀랜타와의 디비전 시리즈 3차전이었다. 당시 류현진은 3이닝 4실점으로 조기강판됐다. 처음 맞는 큰 무대에 적응하지 못하며 고전했다. 하지만 그해 세인트루이스와 챔피언십시리즈 3차전에서 7이닝 무실점, 2014 세인트루이스와 디비전 시리즈 3차전에서 6이닝 1실점으로 마운드를 지켰다. 커쇼, 잭 그레인키에 이은 3선발투수 구실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류현진이 애틀랜타를 상대로 기선제압에 성공하면 프리에이전트(FA)시장에서도 청신호를 밝힌다. 부상으로 결장했을 때까지만 해도 불투명했던 류현진의 빅리그 커리어 연장이 시즌 막바지 호투와 함께 180도 바뀌었다. LA 에인절스와 시카고 화이트삭스, 필라델피아 필리드, 애틀랜타 등 선발진 보강을 바라는 팀들이 오는 겨울 류현진의 FA 영입을 고려하고 있다는 기사가 꾸준히 나온다. 미 전역에 중계되는 포스트 시즌 경기는 선수에게는 자신의 존재감을 뽐낼 수 있는 최고의 기회다.

윤세호기자